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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 김열용 할머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9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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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01.김열용 할머니

 

김열용 할머니가 새로 교회에 나오신다. 섬뜰 방앗간 옆에 사시는 종순이 할머니시다. 할머니는 절에 열심이던 분이시다. 

교회 다니는 며느리를 맞았을 때며 며느리가 차려 준 밥상을 외면했을 만큼 자기 신앙에 대한 고집도 대단했던 분이시다. 

그러던 할머니가 어느 날 교회를 나오셨다. 며느리의 기도가 컸다고 여겨진다. 자신을 외면하는 시어머니께 “어머니, 제가 교회 다니는 걸 허락해 주세요. 어머니께 더 잘 할께요” 했던 며느리로서, 얼마나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했을까. 봄눈 녹듯 어머니 마음을 녹인 며느리의 기도의 힘이라니. 

처음하는 교회 생활이지만 할머니의 신앙생활은 얼마나 지극정성이신지 모른다. 타성에 젖은 오래된 교인들이 갖지 못한 지극함을 할머니 모습에서 보게 된다. 

교회 나오신 날부터 새벽예배에 빠지는 법이 없으시다. 한동안은 밤에도 혼자 나와 기도를 드리곤 하셨다. “내가 왜 이제야 하나님을 믿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당신의 때 늦음을 후회하며 모든 예배에 나와 말씀을 귀 담아 들으신다.

밤새 눈이 수북히 쌓여도 새벽녁 예배당 마당에는 어김없이 눈이 치워지고 예배당 입구에서 예배당까지, 사택 입구에서 예배당까지 길이 나곤 했는데, 그게다 할머니의 손길이었다. 이적지 10년 넘게 살면서 새벽에 눈길 치우는 건 할머니를 통해 처음 본 일이었다. 

 

때때로 할머니는 걸레를 빨아 대야에 담아 가지고 예배당을 찾기도 한다. 걸레도 종류가 있어 제단을 닦는 걸레는 걸레가 아니라 깨끗한 수건이다. 예배당 구석구석을 닦는 할머니 모습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 

지난번 봄 심방을 할 땐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할머니를 보아서는 당연히 할머니 댁에서도 예배를 드려야 했지만, 할아버지는 물론 아들 내외도 교회에 안 다니니 곤란한 일이었다. 

뭐라고 여쭤야 되나, 걱정을 하는데 심방하는 날 아침 심방길에 동행한 할머니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다. 

“이따 지 집두 오세유.”

“그래요?” 

웃으며 눈으로 할머니 의중을 물었더니 “아침에 아들 며느리한테 이야기를 했어유. 에미가 교회를 나가고 오늘 목사님 모시구 에미 방에서 예배를 드릴려구 하니 허락해 달라구요. 그 얘기를 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모르겠어. 아들 내외두 어머니 좋다면 좋으신 대루 하라구 했어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고, 할머니는 동네 할머니들 만나면 전도하는 게 일이시다. 교회 나가니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러니 함께 가자고 권하시는 것이다. 

 

며칠 전엔 새벽기도회에 할머니가 빠지셨다. 웬일일까 궁금했다. 사실 그날이 할머니네 담배 심던 날, 가득이나 비가 잦아 동네 담배 심는 날이 자꾸 미뤄지고 있는 터에 그날도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는지라 할머니는 새벽 일찍 예배당을 찾아와 ‘하느님 아부지’께 사정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텔레비에서 말하는 게 꼭 맞는’게 요즘 일기예보인데, 그날 만큼은 틀렸다. 전국적으로 비가 오고 바람 불고 우박도 내릴 거라 예보는 그랬는데, 신기하게도 날씨가 좋았다. 

“지는 유, 하느님께서 지 기돌 들어주신 걸루 알아유, 새벽에 기도하러 올 때만 해두 예배당 마당에 물이 질퍽 했어유, 그런데두 오늘비가 안 오셔 덕분에 담배 잘 심었거든유.”

아, 할머니 이야기 속에는 감사가 넘치고 있었다. 귀담아 기도를 들으심으로 여린 신망의 싹을 정성으로 돌보시는 님의 손길, 이야기를 듣는 마음에도 고마움이 따라 넘쳤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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