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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2. 굽이굽이 눈물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7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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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82. 굽이굽이 눈물길

 

아랫마을 안경순 할머니 댁에 들려 할머니를 모시고 원주로 나갔다. 동생인 안갑순 집사님이 병원에 입원한 꽤 여러날이 지나고 있었다. 한동안은 안경순 할머니가 동생 곁에서 간호를 해 주었는데, 그러다 할머니도 병을 얻어 할수없이 집으로 들어와 있던 터였다. 할머니는 당신 몸도 약할 대로 약한 데도 아픈 동생이 안스러워 웬만하면 곁에서 동생을 도우려 애를 쓰곤 했다. 

원주의료원 1층 맨 끄트머리 방, 안집사님이 입원한 병실을 찾았을 때 안집사님은 창가에 엉거추충한 자세로 기대 서 있었다. 

“집사님” 하고 부르며 손을 잡자 겨우 돌아서는데 몸을 돌이키는 것을 그렇게 고통스러워 할 수가 없었다. 

“목사님!” 집사님은 겨우 몸을 돌려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움켜잡았는데 눈에는 금새 물기가 번졌다. 

몸이 너무 아파 자리에 눕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냥 서 있을 수도 없어 지난 밤을 창가에 서서 보냈노라고 했다. 안경순 할머니가 가지고 나간 반찬거리를 서랍에 챙겨 넣고, 이것 저것 침대 주변을 정리 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안집사님을 부축해서 병실을 나서려는데 안경순 할머니도 나온 김에 며칠병원에 있으면서 동생을 간호하며 짬 나는대로 물리치료나 받았으면 좋겠다 했다. 

잠깐 기다리시라 하고선 원무과로 달려가 안 경순 할머니를 위해 정형외과에 접수를 했다. 물리치료를 받으려면 정형외과에 들려 진찰부터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접수증을 받아들고 내려와 다시 할머니와 안집사님을 모시고 진찰 받는 곳으로 안내를 했다. 내 손도 내 손이지만 안집사님을 꼭 붙잡은 것은 언니 안경순 할머니였다. 허리는 굽고 당신도 지팡이를 집는 백발의 상노인이 당신보다 아픈 동생의 손을 꼭 잡아 부축하고선 병원 복도를 걸어갔다. 

어릴 적, 아주 어릴 적 안경순 할머니는 동생의 걸음마를 저렇게 가르치지 않았을까. 서로의 손을 놓으면 서로가 쓰러질 것 같은 두 노인네가 서로를 의지해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위태위태한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방사선과에 접수를 하고 간호사에게 안집사님을 부탁하고 병원을 나오게 되었는데, “어여가셔, 이젠됐어” 역시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의자를 붙들고 엉거주춤 선 집사님은 고맙다고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했다. 

인사하는 집사님 두 눈은 또 다 젖어 있었다. 

그렇게 병원을 다녀온지도 별써 오래 전 일이다. 지금 안집사님은 집에 와 계시다. 병원을 가고 싶어도 몸을 움직거릴 수가 없어 못가고 있다. 

이따금씩 들리면 “사람이 그리워, 너무 쓸쓸해” 하며 때마다 눈물이다. 구비구비 눈물길을 걸어 눈물 더 남았을까 싶기도 한데 남은 게 눈물뿐이라는 듯 집사님은 때마다 눈물이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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