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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9. 두 번째 영정사진 찍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6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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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79. 두 번째 영정사진 찍기

 

다시 한번 마을 노인들 사진을 찍어드렸다. 지난해 사진 찍을 때 빠졌던 분들이 못내 아쉬워하여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들었다. 

지난해만 해도 메주를 팔은 수익금이 있었고, 교회 재정도 조금은 여유분이 있었지만 사실 을핸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나라가 ‘모라토리엄’인가를 선언할지 모른다는 위기에 빠졌다는데, 단강교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이래갖고 어떻게 하나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시 사진을 찍자니, 교우들도 걱정했고 재무일을 보는 집사도 걱정을 했다. 한 번 할 때마다 재료비만 백여만원 돈이 드는 적지 않은 일, 당장 그 돈이면 교회와 사택 난방 기름 몇 드럼을 살 수 있는데... 당장 생각들이 그랬지만 그래도 하기로 했다. 

두 가지 생각이 컸다. 하나는, 사진을 찍어 드리는 일이 이 땅에 사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었다. 평생을 흙 일구며 살아오신 분들,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오신 분들, 온갖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땅을 지키고 일궈 먹을걸 키워오신 분들께 드리는 최소한의 경의라 여겨졌다. 

번듯한 사진 한 장 없이 쓸쓸하게 이 땅을 등지게 하는 일은 서로에게 쓸쓸한 일이라는 생각이 컸다. 지난번 사진을 찍었던 분들 중에 두 분이 돌아가셨고, 두 분 다 지난번 찍은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썼는데 그분들 모습을 사진으로 뵈며 느낀 건 바로 그런 생각이었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라는 생각이었다. 이건 하나의 훈련이요 연습이다. 어려울수록 나보다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는 삶의 훈련.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0.01초를 단축하기 위하여 흘리는 땀방울이 얼만데, 높이 뛰기 선수가 1센티미터를 더 뛰기 위해 자기 몸을 매트에 내던지는 게 얼만데,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삶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해선, 내 신앙을 참 되게 하기 위해선 우리도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런면에서 이번 사진을 찍는 경비는 ‘사랑의 십시일반’이란 이름으로 모으기로 했다. 

‘한 숫갈씩 열 숫갈이 모이면 한 그릇이 푼푼하다’는 십시일반, 서로의 정성을 모아 아직도 사랑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것임을 여 럿이 확인해 보기로 했다. 

무모할 수 있는 일. 그러나 생명은 대개 무모해 보이는 모습 속에 들어있는 것이니!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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