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줬으면 그만이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7 추천 수 0 2024.01.18 22:59:34
.........

3b2db892deb215454cf3aeee5fbd953f.jpg[한희철 목사] 줬으면 그만이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지고 마는 청천벽력보다는, 잔잔하게 여운이 이어지는 울림이 감동에 가깝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습니다. 한동안 우리 마음에 나직한 감동을 일으켰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치는 일, 그럴수록 그분의 모습은 은은한 향기처럼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열아홉 살에 한약업사 자격을 얻어 진주에서 50년간 한약방을 운영한 분입니다. 지극한 정성에 따른 입소문 때문이었겠지요, 한약방은 각처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릴 정도였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점심시간에는 빵을 나눠주기도 했다지요.

 

가난 때문에 하고 싶었던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아픔 때문이었을까요, 이십 대 젊은 시절부터 가난한 학생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주기 시작한 것이 한결같이 이어졌고, 사십 대에는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세운 학교를 나라에 헌납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사회의 문화, 노동, 여성, 역사, 예술, 인권단체들을 꾸준히 지원한 것도 물론입니다.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담은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 표지는 두어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라는 책의 부제목이 먼저 눈에 띕니다. ‘부자’ 앞에 붙을 수 있는 형용사는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부자’ 앞에 ‘아름다운’이라는 말이 붙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담아내기에는 ‘아름다운 부자’라는 말이 가장 적절한 것이었구나 싶습니다.

 

다른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한 노인의 뒷모습입니다. 단정한 뒷모습의 노인이 거리를 걸어갑니다. 그의 걸음새가 특이하다는 것은 뒷모습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 애를 씁니다. 화장이나 성형을 하기도 하고, 까치발을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 표지에 담긴 모습은 뒷모습입니다. 따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사진이 연출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의 마음가짐이 의도하지 않고 찍은 사진 속에 담긴 것이겠지요.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의 제목입니다. 이 말의 유래는 책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어떤 스님이 눈보라가 치는 추운 겨울날 고개를 넘어 이웃 마을로 가는 중에 마주 오는 거지 하나를 만납니다. 거지의 행색을 보아하니 그냥 두면 얼어 죽겠다 싶어 발길을 멈추고 자기의 외투를 벗어줍니다. 

 

쉽지 않은 고민 끝에 외투를 벗어줬는데 그 걸인은 당연한 듯이 옷을 받고는 그냥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스님은 마음이 언짢았습니다. 어찌 고맙다는 인사 없이 갈 수 있는가 싶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여보시오.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는 해야 할 것 아니오?” 했더니 걸인이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이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스님에게 큰 깨달음이 되었다는 것인데, 김장하 선생의 깨달음이 되기도 했던 것이었겠지요.

 

수 백억이라 짐작을 할 뿐 얼마인지조차 모를 거액을 잠시 자신에게 위탁된 돈이라 생각하며 사회로 흘려보낸 위대함이,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한 마디 앞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교차로> 2024.1.1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41 한희철 다리 하나 한희철 2017-04-09 49
140 한희철 사닥다리 한희철 2017-01-09 49
139 한희철 한희철 2017-02-14 49
138 한희철 아름다운 순간 한희철 2022-12-13 49
137 한희철 당신 한희철 2017-02-07 49
136 한희철 따뜻하고 당당하렴 한희철 2022-09-15 49
135 한희철 바보 바보들 한희철 2017-03-02 48
134 한희철 한 고집, 한 우물 파기 file 한희철 2022-10-10 48
133 한희철 고드름 한희철 2017-01-09 48
132 한희철 나비를 잡는 아이처럼 한희철 2022-09-16 47
131 한희철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 한희철 2022-09-04 47
» 한희철 줬으면 그만이지 한희철 2024-01-18 47
129 한희철 옥합 한희철 2017-01-22 47
128 한희철 가지 말아야 할 집 한희철 2023-08-09 47
127 한희철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한희철 2024-01-15 46
126 한희철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한희철 2022-07-20 46
125 한희철 봄 -조용한 한희철 2017-03-23 46
124 한희철 몸도 마음도 가볍기를 한희철 2022-10-12 46
123 한희철 아무도 무릎을 꿇는 자가 없었다 한희철 2022-11-09 46
122 한희철 봄꽃 -당연하게 한희철 2017-03-02 45
121 한희철 사랑만이 약입니다 한희철 2022-10-11 45
120 한희철 한희철 2017-03-16 45
119 한희철 어떤 출판기념회 한희철 2022-10-21 44
118 한희철 한희철 2017-01-22 44
117 한희철 꽃으로만 한희철 2017-03-02 43
116 한희철 봄 - 거칠수록 한희철 2017-03-23 43
115 한희철 물에 빠진 오리 알 힌희철 2023-05-05 43
114 한희철 사랑의 시인 한희철 2023-10-26 43
113 한희철 한희철 2017-05-04 42
112 한희철 다음은 한글이다 한희철 2023-10-12 42
111 한희철 봄13 한희철 2017-04-16 42
110 한희철 이슬비 내리던 자리 한희철 2017-05-04 41
109 한희철 정(情) 한희철 2023-11-02 41
108 한희철 윗논에 물이 있으면 아랫논도 물 걱정 않는다 한희철 2022-11-02 41
107 한희철 바보처럼 주님을 섬기다 간 사람 한희철 2022-09-02 41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