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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밤 서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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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354.밤 서리


동네 형, 친구와 같이 장안말산에 오른 건 밤을 따기 위해서였다. 가을 산에는 먹을 게 많았고 그건 단순히 먹을 걸 지나 웬지 모를 보삭과 같은 것이었다.
신나게 밤을 털고 있는데 갑자기 “이놈들!”하는 호령 소리가 들려왔다. 산 주인이었다. 놀란 우리들은 정신없이 도망을 쳤다. 하필 주인 있는 밤나무를 털었던 것이다.
한참을 산 아래로 내려와 헉헉 몰아쉬며 주저  앉았다. 잡히지 않은 것과 제법 자루를 채운 밤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신없이 도망을 치느라 친구가 신발 한 짝을 어디엔가 잃어버린 것이었다. 검정고무신이었지만 신 잃고 가면 혼날 거라고 친구는 울먹울먹했다.
그때 동네 형이 제안을 했다. 자기가 가서 신발을 찾아오겠다, 대신 오늘 딴 밤은 모두 내 차지다. 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산 주인이 무서워 신을 찾으러 갈 엄두가 안 났던 것이다. 결국 형은 신발을 찾아와 밤을 차지했고, 우리에게는 까먹으라고 몇 알씩 나누어 주었을 뿐이었다.
말은 못했지만 신발을 잃어버린 건 친구였는데 친구와 같이 밤을 모두 내놓은 것이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같이 책임을 진다는 건 불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양유형, 웅근이(그땐 친구였지만 지금은 1년 형이다.) 또렷한 이름과 함께 남아 있는 한 기억은 지금도 그렇게 가르친다.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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