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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모 얻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032 추천 수 0 2002.01.26 03: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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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모 얻기

어느 샌지 농촌엔 일철이 나섰습니다. 아직은 풀도 돋지 않았고 나무 가지에 연초록 잎새도 터지지 않아 무심한 마음으론 봄기운이 낯설지만,아닙니다. 어느 샌지 문턱까지 텃밭까지 와 있습니다.
경칩이란 말의 의미를 아는지 용케도 개구리들은 겨울잠에서 깨어 신기한 언어와 곡조로 노래를 시작했고, 집집마다 키우는 고추 모종도 제법 자라 올라 빨간 빵 모자를 쓴 채 키 자랑을 합니다.
요즘 동네에선 잎담배를 포트에 옮겨심는 일이 한창입니다. 동네 대부분의 여자들이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하우스로 모여 애기 손톱만큼 자라 오른 잎담배 모종을 일일이 포트에 옮겨 심습니다.
보름여 지나면 밭으로 나가게 되겠지요.
엊그젠 이웃집 할머니네가 담배 모종을 하는 날이었고, 바람도 쐴 겸 인사도 할 겸 할머니네 하우스를 찾았습니다. 성경, 찬송, 따로 챙기지 않아도 편하게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시간이 내게는 심방이요, 전도입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오-오-향"
하우스 안엔 한 아주머니가 부르는 노래가 구성지게 흐르고 있었고, 한 대목이 끝날때마다 "좋다" 하는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끼어 들어 흥을 더욱 돋우고 있었습니다. 고단한 노동을 노래와 흥으로 달래온 것이 어디 짧은 세월이었겠습니까. 흥을 깨뜨리지 않으려 노래가 끝난 뒤에야 하우스로 들어섰습니다.
"목사님도 노래 한 곡 하쇼."
마을 사람들이 편하고 반갑게 맞아 주었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일하는 분들과 같이 나눕니다. 그러다 나온 얘기가 모 얻는 얘기였습니다. 씨를 뿌렸는데 싹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그것처럼 큰 일도 없는 법. 사방 팔방 돌아다니며 천상 모를 얻을 수 밖에 없는데, 모 얻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딴 게 모자라면 시장 가 사오믄 되지. 이건 그럴 수두 읍구."
"모 으드러 가보믄 잔뜩 놔두구두 끝나봐야 안대지. 누가 쉽게 내줘?"
"지네꺼 좋은 걸루 다 넣구, 지지한 걸루 주지. 그래도 그게 어디야. 절이락두 해야지."
"모 으들래믄 하라는 대로 다 해야 돼유. 춤 추라믄 추구 노래 하라믄 하구, 그래야 으ㄷ지 안 그래면 어림읍서유"
"술 사가야지, 아니면 돼지 뒷다리라두 하나 들고 가야지, 하루종일 일 도와주어야지, 모으ㄷ는게 여간 일이 아니었어유"
때를 놓치면 농사는 헛일. 모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마을 분들은 지난날을 생각하며 한참을 이야기 했습니다. 경험은 없지만 충분히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모 하나 얻는 것의 어려움. 한 생명을 얻는 일이 어찌 모 얻는 것과 다를까.
농부가 필요한 모 얻기 위해 그 많은 마음의 고생 기꺼이 감수했는데, 한 생명 얻기 위해 우리가 감내하는 마음의 고통은 얼마인지. 우리는 너무 쉽게 기다리고만 있는것은 아닌지. 좋은 모가 나를 찾아오기를......
잎담배 모종하는 하우스 안에서 생각이 많았습니다.(얘기마을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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