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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718 추천 수 0 2002.03.07 08: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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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 따뜻한 만남

서재에 앉아 있으려니 건너편 산 쪽에서 사람들 일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주 웃음이 터지는 즐겁고도 낭랑한 목소리였습니다. 창을 통해 내다보니 박종관씨네 밭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간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쓰고있던 원고를 막 마쳤을 때라 인사도 나눌 겸 건너편 밭으로 찾아갔습니다. 박종관씨네 흩어져 살던 식구들이 다 모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집간 딸도 식구들과 함께 왔고, 아들들도 가족들과 함께 찾아와 다함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손자 손녀들도 신이 나서 한쪽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노인들만 살아가는 시골에선 그런 모습 대하기가 쉽지 않고 그런 만큼 온 식구가 북적대며 일하는모습은 여간 정겹게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때마침 새참이 나왔습니다.
"어여 오셔. 마침 잘 오셨네. 새참 같이 드셔"
늦은 아침을 먹은 탓에 음식 생각은 없었지만 정겨운분위기 하며 서로를 권하는 마음이 고마워 같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런 데서 먹는 것이 원래 맛있는 거예유."
김영옥 집사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들에서 편하게 앉아 먹는 새참은 언제라도 특별한 상, 산해진미에 비길것이 아닙니다.
물국수에 김치와 깍두기를 듬뿍 집어넣고 휘휘 저어 훌훌 마시듯 먹는 그 맛은 아는 이만 아는 맛과 멋입니다. 새참 뒤 고추모를 길렀던 포트를 일일이 챙기는 박종관씨 일을 잠깐 거들어 드렸습니다.
대개는 일회용으로 쓰고 마는 것을 그래도 박종관씨는 꼼꼼하게 잘 챙겨두고 있었습니다. 하나라도 아끼려는 마음, 바로 저 농부의 손끝에 지구를 살리려는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눈여겨 본 받아야 할 마음이었습니다.
"이거 목사님네 어디 갔다 심으세요"
일어서는 내게 박종관씨는 고추모를 한 판 건네주었습니다.
"저희 집 우물가에 가면 가지랑 토마토랑 모가 많은데, 가시다가 그것도 종류별로 가져가세요."
정성껏 씨를 부어 길러낸 모를 흔쾌하게 나누는 마음, 여간 넉넉하고 푸근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려오며 보니 저만치 버섯장 옆에 승학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온식구가 모여 일하는 박종관씨네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옆집은 온식구가 모여 일하는데, 이 집은 썰렁하네요?"
뻔히 사정을 알면서도 인사를 그러했더니, "그러게나 말이에요."
두사람은 일하는 손을 잠깐 놓고 밝게 웃으며 맞아주었습니다. 군에 간 큰아들 승학이 안부를 물었더니 대뜸 꽃 얘기부터 했습니다. 지난번 어버이날에 뜻밖에도 훈련중이던 승학이가 꽃을 소포로 보내왔다며 감격을 했습니다.
"꽃 받으며 두 분 눈물 꽤나 흘렸겠네요?" 짓궂게 물었더니
"야. 많이 울었어유" 가릴것 없이 대답한 승학이 어머니갸
"승학이가 군대에서 교회에 다닌대유" 하며 반가운 소식을 전하듯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 단강에 올 때만 해도 코흘리게였던 아이들, 그 아이들이 커서 군대에 가고 그곳에서 신앙을 이어가다니, 고맙고도 대견한 일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서려 할 때 승학이어머니가 막 따낸 표고버섯을 한 아름 건네주었습니다. 아주 맛있는 고추라며 승학이아버지는 몇 포기 고추모를 또 전해 주었습니다.
잠깐의 만남에도 따뜻함이 있는 고마운 만남, 따듯한 사람들. 돌아오는 길, 마음이 더 없이 훈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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