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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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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82. 어머니 안 가면 나도 안가요.
병철씨네가 집을 팔러 내놨다는 소문이 한동안 마을에 나돌았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은 참 빠르게 번졌습니다. 그래도 젊은 사람이 고집스레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짓는다고 대견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들 의아해했습니다. 결국은 모두가 떠나가고 마는구나 허탈해하기도 했습니다. 소문은 마을 사람들 마음속에 허전함을 상채기처럼 남기며 입에서 입을 건섰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사람 저 사람에게서 전화들이 걸려왔습니다. 집 얼마에 팔거냐는 전화들이었습니다. 용케 알고 서울서도 걸려온 전화가 다 있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병철씨를 찾아갔습니다. 찾아가는 마음이 쉽지를 않았습니다. 뭔가 믿었던 든든한 버팀목 하나가 어이없이 무너지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젊은 사람이 마을에 남아 있다는 것이,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는데 이젠 그도 떠나는구나, 괜히 마음의 둑 하나가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소문만으로도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기야 젊은 사람이 답답하고 힘들겠지, 규성이와 아름이, 쑥쑥 자라는 자식들의 수줍음과 소심함이 시골에 살아 더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릴거고, 살려구 바둥대며 뼈빠지게 농사지어야 뭐하나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구한 날 일만 하는 부인 보기도 미안 할 거구, 병철씨 마음이 한눈에 밟히면서도 떠난다는 얘길 듣는 마음은 허전하고 아팠습니다.
누구보다도 병철씨는 많은 얘기를 나눠온 사람. 함께 얘기하며 함께 확인하며 함께 마음속으로 꿈꿨던 일들이 있는데 그 모든 게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다니 마음에 큰 구멍이 뚫려지고 있었습니다.
괜한 소문이겠지 그럴 맘이 있었다면 무슨 귀뜸이라도 있었을텐데 그렇지 않은걸 보면 괜한 소문일 거야 마음이 가볍다가도, 장인 장모되는 이학기 아저씨와 김을순 집사님의 장탄식을 생각하면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지고, 작실로 올라가는 마음이 쉽지를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하자 병철씨가 이내 말뜻을 알아채고 껄껄 멋적게 웃으며 한마디로 대답을 했습니다. 그거 헛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천에 사는 둘째 아들네를 다녀온 어머니가 괜히 자기 때문에 큰아들네가 시골에 남아 고생만 하는 것 같다며 너희들 나가 살고 싶으면 나가 살라고 말을 했던 것인데 그 얘기가 엉뚱하게 번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기야 병철씨 내외가 모두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 둘이 힘을 합쳐 돈을 벌면 이내 기반을 잡을수 있을텐데 병철씨 어머니는 자신이 아들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거추장스런 존재인 것 같아 나 혼자 남을테니 니들은 나가 살라고 어느 날 진지하게 속맘을 털어놨던 것이었습니다.
어머니 제의에 대한 병철씨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병철써의 그런 마음 앞에 떠돌아다니 는 모든 얘기들은 한갓 뜬소문이었고 헛소문일 따름이었습니다.
“어머니 안가면 나도 안가요”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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