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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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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768.시영 아버지
“목사님, 우리 영국이의 시영아버지가 되어 주세요.”
영국이 어머니를 만났더니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시영아버지가 되어 달라니 그게 무슨 얘길까 이유를 물었더니 대답이 또한 뜻밖이었습니다.
영국이 어머니는 절에 다닙니다. 어느 날 절에 들린 김에 스님에게 영국이 얘길 했습니다. 막내인 영국이는 지난 가을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에서 하는 공부방에 다니기 시작한 게 교회에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신과는 다른 신앙의 길을 걷게 된 아들 얘기를 스님께 했던 것인데 그 얘기를 들은 스님의 처방(?)이, 아들이 나가는 교회의 목사님더러 아들의 아버지가 되어 달라 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을 이곳에선 ‘시영 건다’ 하는데, 그런 뜻에서 영국이 어머니는 영국이의 시영 아버지가 되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이었지만 그 스님의 대답이 기발하고도 재미있었습니다. 또한 왠지 모를 배려로도 느껴졌습니다. 스님이, 서로 다른 신앙을 갖게 된 얘기를 꺼낸 어머니께 목사와의 부자지간의 인연을 권했다니, 그건 정말 뜻밖의 얘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영국이 어머니의 진지한 표정이, 스님이 전한 쉽지 않은 권유와 겹쳐 잠시 멍한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 젊은 목사가 영국이 처럼 다 큰 아들을 둘 수 있겠느냐?” 는 농섞인 대답을 영국이 어머니는 농으로 받으려 하질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영국이 어머니의 마음은 결코 가볍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었습니다. 뭔가 분명한 대답을 내게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아들에 대한 ‘전적인 위임’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당연한 요구이기도 했습니다. 맞는 대답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믿으면 누구나 다 하나님의 아들 딸이 되고, 하나님은 믿는 자들의 아버지가 되어 주시는 것이니 굳이 목사가 아버지가 안 되어도 괜찮다.”는 대답이 아들을 하나님께 맡기는 영국이 어머니에겐 얼마나 든든하게 들렸을지 모르겠습니다. 얘기를 들으며 어렴풋한 표정으로 영국이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얘기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러나 영국이 어머니가 내게 남긴 부탁의 의미는 두고두고 무겁게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엄밀한 의미에서 목사란, 모든 이들에게 시영아버지로서의 관계를 요청받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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