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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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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38. 운동장의 수수밭
완택산기도원의 김금자 전도사님을 만나러 영월을 다녀왔다. 매주 내는 ‘얘기마을’이나 그동안 나온 책의 좋은 독자로 그동안 영월을 한번 다녀가라는 권유를 그동안 여러번 받은 터였다.
와석이라는 곳에서 점심으로 송어회를 맛있게 먹고 전도사님이 꼭 보여주고 싶어 하셨던 곳으로 갔다. 김삿갓 묘가 있는 곳으로 가는 계곡의 초입, 그야말로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곳이었다.
산을 마주한 언덕 나무 사이로 허름한 농가가 눈에 들어왔다. 전도사님이 보여 주고 싶어하셨던 곳은 바로 그곳이었다. 처음에 기도원을 하려고 했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집이 비어있었다. 참으로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집 둘레로 감과 밤이 다 익어 저절로 떨어지는데도 따로 챙길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집이 비어있으니 언제고 편하게 다녀갔으면 좋겠다는 고마운 말씀이었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주어지랴만.
정말이지 그런 곳에 머물면 ‘저 아래 세상일’은 편하게 잊을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 상동이란 곳을 지날때였다. 전도사님이 창밖을 가리키며 “목사님, 저것 좀 보세요.”했다.
전도사님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빨간 수수들이 그 큰 키로도 서로 키를 맞춰 나란히 빼곡하게 서 있었다.
“폐교된 학교 운동장에 수수를 심었네요.” 그냥 수수밭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수수가 선 그곳은 학교 운동장이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뛰놀던 운동장이 이젠 수수밭이 된 것이었다. 폐교된 학교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수들은 한없이 쓸쓸했다.
아우성치듯 수수가 가득해 그런 사정 모르고 그냥 지나쳤으면 분명, 충만함의 상징처럼 보였을 그 밭이 더 보탤 것도 없는 슬픔의 기호처럼 남았다.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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