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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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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227.세족식
고난주간중에 맞은 금요일. 이른바 성(聖) 금요일 저녁, 우리는 교회에 모였다.
일철이 나서 모두가 피곤한 몸이었고 봄볕에 벌써 검게 그을린 모습 들이었지만 주님이 고난 당하신 날. 그냥 보낼수는 없었다.
고난을 묵상하며 드리는 예배, 예배중에 세족식을 하였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남 섬기는 본으로 보여주신 세족식.
알맞게 데운 물을 떠다 놓고 한 사람 한 사람 교우들의 발을 닦아 드렸다. 교우들은 주저 주저하며 쉽게 나서지를 못했고 그런 이유로 일부러 분위기를 무겁거나 엄숙하게 만들지를 않았다.
웃으며 나오기도 했으나 목사가 내 발을 다 닦다니, 제자들이 가졌음 직한 송구함과 당황스러움이 의자에 앉아 발을 내민 교우들에게도 있었다.
교우들은 대야 앞 의자에 앉았고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발을 닦으려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교우들의 발은 한결같이 거칠었으나 따뜻했다. 그분들의 발을 닦는 나의 두 손은, 마음은 어느샌지 깨끗해졌고 어느 때보다. 경건했다.
‘오늘 당신들의 발을 닦아 드린 것처럼 할 수만 있다면 당신들의 눈물까지를 닦고 싶습니다.’
가벼운 미소로 발을 닦을 때 마음속으론 진한 고백이 스쳐갔다. 교우들에겐 어쨌는지 모르겠으나 내겐 그날 교우들의 발을 정성으로 닦은 건 지난 9년간 내가 한 어떤 설교보다 좋은 것이었다.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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