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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때 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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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541.때 돈


언젠가 수원 집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온 식구들이 마루에 모여앉아 봉투를 만들고 있었다. 굉장한 양이었다. 이리 저리 각을 따라 봉투를 접고 풀을 붙이는데, 그 손놀림들이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종이봉투 하나를 만들면 받는 돈이 8원. 난 의아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살림이 종이봉투를 접을 만큼 궁색한 것도 아닌데 왠일일까. 짐작이 되질 않았다. 까짓 한 장에 8원 하는 걸 그걸 바라보고 저 고생을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사연을 들었을 때 난 잠시나마 내가 가졌던 의구심이 몹시 부끄러웠다.  어머니와 형수님은 그렇게 일을 함으로 작정한  헌금을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고, 온 식구가 나서서 그 일을 돕고 있었던 것이었다. 8원짜리 종이봉투, 난 같이 앉아 열심히 공부를 따라 접었다.
봉투를 접는 마음속으로 경건함이 진하게 고여 들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처가 에선 목욕탕을 지어 영업을 시작했다. 얼마 전 처가에 들려 장인어른을 만났더니 단강 놀이방이 시작 되면 간식비 는 당신이 대겠다고 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아내 얘기를 듣곤 콧등이 시큰했다.
아직 일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때밀이를 못 구한 상태인데 가끔씩 때밀이를 찾는 손님이 있어 장인이 직접 때를 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건강이 펵 좋은 상태도 아니고 연세도 그렇고 남의 때를 미실 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기는 그렇게 번 돈 따로 모아 단강의 코흘리개 어린이들을 위해 간식비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때 돈 이라며 웃었지만 마음은 한없이 숙연해졌다. 가족 얘기가 되어 쑥스럽긴 하지만 돈이란 그렇게 아름다운 수도 있는 것이었다. 예배시간, 헌금함을 잡는 손이 언제라도 떨려야 하는 건 그런 마음에서 이리라.(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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