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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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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447.가화만사성
단강에서 귀래로 나가다보면 은포라는 마을이 있다. 흐르는 개울을 끼고 용암을 지나 능유를 지나면 은포가 나온다.
귀래까지의 마을 마을이 그러하듯 은포 또한 작은 자연부락이다. 몇 안되는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다.
굵다란 느티나무가 서있는 벌판을 끼고 늘어지도록 휘어진 길을 돌아서면 밤나무 선 언덕빼기에 집 한 채가 서 있는데 은포로 들어서면 첫 번째 집이다.
썰렁한 모습이 한눈에 빈 집임을 말해준다. 기운 담장도 그렇고 곳곳에 내려앉은 지붕도 그렇고, 숭숭 뚫린 문구멍도 그렇고, 사람 사는 집이 아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늘 시선을 꾸는 것이 있다. 그 빈 집 마루에 걸린 낡은 액자다.
家和萬事成
썰렁하게 빈 폐가 마루에 걸린 ‘가화만사성’이란 낡은 액자,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 마을 앞 제법 널따란 논밭을 두고 언제, 왜 떠나야만 했을까?
액자에 쓰인 대로라면 가정이 화목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정이 화목하여 성공한 댓가로 도시로 나간 걸까.
은포를 지날 때마다 아프게 눈길을 끄는 빈 집 마루에 걸린 낡은 家和萬事成.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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