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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모탕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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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8.모탕


‘모탕’이라 부른다. 나무를 팰 때 까는 나무 말이다. 집 마루엔 모탕이 있다. 사택으로 이사하기 전, 김을순 집사님 사랑채에서 살 때 대문으로 들어서는 담벼락에 있던 걸 얘기해서 가져왔다.
다 썩은 걸 뭐하겠냐 했지만, 그냥 가져왔다. 흙을 털어내고 썩은 걸 떼 내고 마루에 세워 놨다. 한쪽 구석 밑에 종이를 조금 괴고선 세워 놨다.
처음 본 사람마다 저게 뭐냐고 묻는다. 그게 모탕임을 어렵지 않게 아는 교인들은 이상하다는 투로 묻는다.
세워 놓은 모탕이 어찌 보면 꼭 사람 얼굴 같기 때문이다. 장승 목을 잘라 놓은 듯 싶은, 혹 ‘섬기는’ 쪽에 가깝지 싶은 걸 왜 하필 전도사가 마루에 ‘모셔’뒀냐는 투다.
수없이 내려친 도끼에 맞아서, 도끼날에 맞아서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패인 모탕, 가운데가 패일만큼 패여 쓸모없다 싶어 버린 모탕.
마루에 서 있는 모탕이 내겐 단강 사람이다. 단강에 와 만난 이곳 사람들의 삶이요 얼굴이다. 온통 도끼날 자국, 그 주름투성이 얼굴, 몇 군데 위로부터 아래까지 갈라진 틈, 숙인 고개, 어찌 보면 울고 있지 싶은.
다 썩은 고목을 뭘 하겠느냐 하지만, 난 평생 모탕을 갖고 다니려 한다. 도끼날 자국 속에 배인 삶의 아픔을, 위로받지 못한 거친 생, 그 질곡의 시간을, 외면 못할 내 이웃, 염연한 모습을.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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