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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 청국장과 아랫목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2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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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57. 청국장과 아랫목

 

케이블 TV 기독교 방송에서 촬영을 나온 이튿날 아침. 아침 식사를 규성이네서 하게 되었다. 시골 왔으니 청국장을 끓여 대접을 하고 싶다고 이필로 속장님이 청하셨다. 

밥상엔 정말 먹음직스런 시골찬이 그득 담겨 있었다. 청국장의 독특한 맛과 향이라니! (‘냄새’라는 말 대신 ‘향’이란 말을 쓴다. 청국장이란 말 뒤에야 냄새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나, 의미로 하자면 ‘향’이 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콩비지의 구수함은 또 어떻고, 아침 식사인데도 서로가 이내 밥그릇을 비우곤 했던 것은 그렇게 정겹고 맛깔나는 우리 찬 때문이었다. 

 

상을 물리고 차를 마시다 구들 이야기가 나왔다. 시골도 이젠 큰일났다고, 기름값은 점점 올라가지, 집집이 보일러 안 놓은 집이 없지, 한 달에 두세 드럼의 기름을 때니 값도 만만치를 않은데다, 이러다 무슨 일이 있어 석유 공급마저 끊기면 아무 대책이 없게 됐다는 얘기였다. 

시골에서도 편리하다는 이유로 전부 아궁이를 없애고 보일러를 놓았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변화는 참으로 위험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제 생각해보니 보일러를 놓은 뒤론 사람이 게을러진 것 같아요. 아궁이에 불 때고 살 땐 새벽서너시면 방바닥이 차가워지거든, 소죽도 쒀야 했구. 그러니 일어나 불을 땔 수밖에, 늘 그렇게 지내니 새벽 일찍 일어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젠 하루종일 방이 따뜻하니 아무 때나 들어누울라고나 하지 일어날려구는 안 하거든요.”

 병철씨는 어릴적 -아니 그게 불과 몇년전 일 아닌가 ?불 때고 살던 시절의 얘기들을 실타래 풀듯 늘어놨다.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가 사람 산듯, 사람 냄새 나는 삶을 산 게 아닌가 싶었다.

병철씨 얘길 듣고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궁이 없어진 뒤로 애어른이 없어진 것 같아. 전엔 ‘아랫목’이 있어 거긴 늘 어른 자리였는데. 보일러로 바뀐뒤론 윗목 아랫목이 없어졌잖아. 젊은 사람들이 어른을 제대로 공경하지 않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구.”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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