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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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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15. 가뭄 때문에
마른 장마, 전에 없던 극심한 가뭄과 무더위가 날마다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역적인 일이 이젠 전국적인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더워 잠을 못 자는 개인적인 불편을 넘어 농사와 산업 식수 문제에 이르기까지 가뭄으로 인한 피해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단강리만 해도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린 후 가뭄이 시작되어 아랫쪽 지역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지만, 고추며 참깨등이 배배 비틀어지는 게 이곳 또한 가뭄이 시작되었음을 한눈에 말해주고 있습니다.
진작 심어야 할 당근씨를 가뭄 때문에 자꾸만 뒤로 미룰수밖에 없는 형편이기도 합니다.
모두들 안타까워 하며 하늘을 쳐다볼 뿐, 무슨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 할지라도 인간은 여전히 분명한 자기 한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긴 가뭄은 우리에게 확인시키고 있습니다.
과학과 산업의 발전만 믿고 턱 뒷전으로 밀어둔 농사일을 무시하는 경시풍조에 대해 하늘이 엄하게 경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며칠 전 원주에 살고있는 두 부부가 잠깐 단강엘 들렀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았다는 얘기였습니다. 남편 되시는 분이 군인인 걸로 알고 있는데 군인에게 여름방학이라니? 궁금해 여쭸더니 지금 국방대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라 군 생활 중 처음으로 ‘방학’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군 생활 중 처음으로 맞은 ‘여름방학’ 그런 시간이 얼마나 드물고 좋 시간일까 싶어 두 분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야 되겠다고 인사를 하자 부인의 대답이 뜻밖이었습니다.
온 나라가 가뭄 때문에 고생들을 하는데 휴가가 웬 휴가냐며 조용히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남편의 생각이 지당하다 싶어 자기도 그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부인은 웃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망이나 아쉬움은 찾아볼수 없는 오히려 남편의 뜻을 존경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가뭄 때문에 휴가를 포기하는 마음, 정말 그것은 가뭄 중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잠깐 얘기하고 돌아가는 그분들께 단강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책 표지에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적었습니다. “가뭄 때문에 휴가를 포기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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