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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 할머니의 눈물겨운 한해살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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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04. 할머니의 눈물겨운 한해살이

 

“애들이 심지 말라 당부할 때 그말 들을 걸 괜히 밭을 갈아 또 손만 보게 됐어유.” 

봄 당근 하나도 못 팔아 밭에서 그냥 갈아 엎고 이어 닥친 물난리 ? 물난리 끝 때가 늦어 심을까 말까 망설이다 그래도 심은 가을 무씨들. 아직 뿌리가 굵게 내릴려면 멀었는데 아침저녁으론 날이 차고, 이러다 얼면 가을 무도 아무 것도 아니라며 동네 할머니는 안타까워했다. 

“되내기(된서리)가 참아줘야 할틴데유. 다행히 ‘퇴성’ 하문 좋으련만....”

할머니는 말끝에 ‘퇴성’이라 했다. 서리가 늦게 내리는 걸 퇴성이라 한다고 했다. 아마 할머니가 말하는 ‘퇴성’이란 퇴상(退霜)을 두고하는 말로 ‘첫서리가 상강(霜降)을 지나 내리는 것을 이르는 듯했다. 당신 허리가 아파 일년내내 이 병원 저 약국, 이 약 저 약 드셔오신 할머니 아픈 허릴 참아가며 농사를 지었는데 할머니 말씀대로 퇴성하지 않으면 할머닌 올해 밭에서 아무것도 건지지를 못하게 된다.

“괜히 자식들께 미안해유. 자식들이 준 돈으로 씨앗을 샀는데. 딴 건 몰러두 트랙터 쓴 값이락두 주게 십만원이라두 받았으문 좋겠어유” 

봄 가을 두 번 트렉터로 밭 갈은 값이 십만원. 씨 값은 그만두고 밭 간 값만이라도 건졌으면 좋겠노라 했다. 빚. 최소한 빚만큼은 지지 말았음 싶은 것이다. 

할머니의 눈물겨운 한해달이. (얘기마을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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