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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 가는 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7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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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66. 가는 길

 

눈물로 마을을 떠났던 아저씨가 죽어 돌아왔다. 더는 남의 땅 부쳐먹기 어려워 뭘하면 농사보다 어려울까 별반 대책도 없이 고향을 떠나갔던 아저씨, 환갑 지난 늘그막에 고향 떠나면 어쩔려구, 모두의 걱정 못들은 척 떠나더니 된 술 마시고 굵은 주름 눈물범벅으로 떠나더니 결국은 죽어 돌아오고 말았다. 떠나 고만큼 살고 올 거면 아예 떠나질 말지, 모두에게 한숨 남기고 떠나고 말았다. 

“어야, 디-이여” 

마을에 코를 대고 있으면서도 논들이 묵어 커다랗게 잡초만 솟아오른 절골 길을 단 한번 호강인 듯 꽃상여 타고 올라, 그래도 거기가 고향이라고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산속에 묻혔다. 먼저 떠나는 노인들 잘도 모시더니, 염도 잘하고 선소리도 잘하고 회닫이도 잘하더니, 

‘언제 정해진 순번 따로 있었오?’ 하는 투로 마른 눈물 닦는 상노인네들 앞질러 먼저 떠나고 말았다. 

막일이긴 했지만 잠시 몸 담았던 직장 사람들과 그나마 젊은 축에 드는 마을 사람들 한데 섞여 치뤄지는 장례, 언제 한번 어디에 따뜻하게 속한 적 없어, 가는 길마저 서먹하게.(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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