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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정처없는 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60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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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010. 정처없는 길


아무래도 돌아가는 두 분의 뒷모습이 마음에 결려 작실 박수철씨를 모서다 드리고는 아랫마을로 내려갔다.
주일 아침 예배를 마치고 서로를 부축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두 분의 모습이 그렇게 처연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 병원 저 병원, 없는 살림의 고통 참아가며 다 찾아다녀 보았지만 뭐라고 뾰족한 진단도 없고 처방도 없다. 내 몸은 아파 밤새 잠을 못이루는 데도 막 가시로 몸속을 후벼 파는 것 같은데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니 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도원도 찾아가 보고, 병원도 찾아가 보고. 침도 맞고 고통을 참을 수 없을 때마다 갈수 있는 곳은 다 가 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는 터였다.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가야 하겠다고 교회 마당에 서서 하는 속장님의 얘기를 아저씨는 망연한 표정으로 들을 뿐이었다. 그 암담함의 두께.
“죽을 때가 다 돼서 그런걸유 뭐, 그래두 내가 좀 더 오래 살아 우리 할머니를 내가 묻어줘야 하는데… 저두 몸이 몹시 괴로워유, 이러다 내가 먼저 죽으문 으특하나, 요새는 밤에 잠두 잘 안와유 … 누가 죽든 목사님이 묻어줄 테니까 그건 걱정읍지만 그래두 저 할 머니가 혼자 남으면 으특하나····”
마루에 앉아 같이 얘기 나눌 때 아저씨가 속맘을 털어놨다. 말이 아저씨지 여든에 가까운 연세, 실은 할아버지다. 격해진 감정과 눈물로 중간중간 말이 끊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궁핍하고 눈물겨운 삶, 그나마 서로를 의지하고 사는데, 할머니는 자꾸 아프지 당신 몸도 괴롭지 뭐 어떤 선택의 가능성이 없는 노릇이었다.
“가봐야 그렇구 그런 병원에 가느니 어디라두 좀 다녀올까봐유. 이집에 가 며칠 있기두하구, 급한 거 읍스니까 차 뜬다고 뛸 필요두읍이 그냥 앉아 기다렸다 다음 차 오면 타믄  되구. 택시 탈 필요두 읍구, 차 읍스면 걷구 걷다 힘들면 쉬구.”
너무 답답함 속에 오래도록 갇혀 계신 것 같아 마음을 바꿀만한 일이 없겠느냐 하자, 아저씨가 떠남에 대해 얘기했다. 딱히 어디 찾아갈 덴 없지만 그래도 이곳저곳 시간구애 안받고 다녀보겠다는 것이었다.
약보다도 병원보다도 어떤 무엇보다도 마음을 좀 바꾸는 게 우선이지, 싶었다. 망설이는 속장님께 그게 좋겠다고 어디라도 좀 편히 다 녀오시라고 아저씨 얘기를 거들었다. 못이기는 척 속장님은 아저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음날 아침, 아랫말 버스정류장으로 내려 갔을때 아저씨와 속장님은 미리부터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다. 크지 않은 가방 하나를 들고 있었다. 아저씨는 정장을 했는데 아저씨가 정장한 모습은 오랫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막 버스에 오르는 두분께 봉투 하나를 전했다. 전날 저녁 시내 교회에서 헌신예배를 인도하고 받은 강사비였다.
이내 학교 모퉁이를 또는 버스,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든다. 정처(定處) 없는 길이지만 잘 다녀 오시길, 님께서 동행하시길 빌며. (얘기마을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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