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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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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654.꿈
대장리가 전에 없이 시끌벅적해졌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 던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 대장리가 얼마 전부터 갑자기 요란스러워진 것입니다.
마을에 새로 들어 온 공장 때문입니다. 단일 공장으로는 그 규모가 나라에서 손안에 꼽힌다는 한라중기계 공장이 대장리에 세워졌습니다. 저렇게 큰 건물도 있나 싶게 굉장한 크기의 공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장리가 정말 시끄러워진 것은 공장이 세워진 그 자체 보다는 사원 아파트에 사원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부터였습니다. 회사의 규모에 걸맞게 사원아파트의 규모도 대단했습니다. 줄맞춰 선 일곱 동의 아파트만 해도 대장리 마을 모든 농가를 합한 것보다 적지 않을텐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2차 3차……, 그만 한 규모의 아파트가 앞으로도 계속 들어설 계획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외지에서 살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장리에 몰려온 셈이 되었습니다. 일이 그렇게 되자 누구보다 바빠진 것이 인근에 있는 교회들이었습니다. 새로 이사 온 교인들을 자기교회로 먼저 이끌려는 노력들이 대단했습니다. 교회마다의 전도지가 흔하게 돌려졌고, 주일날이 되면 교인들을 태워가려는 각 교회 차량들이 경쟁하듯 대장리를 돌았습니다.
그런 일은 공장 근처의 몇 교회들만이 아니어서 멀리 읍내에 있는 교회들까지 뒤질세라 교회차를 보냈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좋은 기회가 시골에선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 기회를 놓친다면 시골교회가 언제 부흥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일이란 게 좋게 보니 ‘전도’지 사실은 ‘전쟁’입니다.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맹수들의 모습을 연상할 세인들의 안목이 걱정되는 것은 지나친 소심함일런지요.
준비해 둔 전도지를 차마 돌리지 못하고 있는, 공장 가까이에서 목회하고 있는 후배 목사에게서 그 딱한 얘기를 듣던 날, 난 엉뚱한 꿈을 꾸었습니다.
<대장리 지역의 모든교회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곧 들어설 공장, 어떻게 하면 선교를 잘 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공동선교, 전도지는 다같이 하나만 만들기로 했다. 차량운행은 어느 교회도 하지 않기로 했다. 공장을 중심으로 한 마을 약도가 그려지고 교회 위치가 표시된 전도지가 만 들어졌다.
"대장리에 새로 오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여러분들과 좋은 이웃으로 살고 싶습니다. 대장리 지역에는 다음과 같은 교회가 있습니다. 어느 교회를 택하시던지 우리는 같은 사랑으로 여러분을 맞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하나되게 할 것을믿습니다."
교호 소개가 그 뒤를 이었다.
OO교회 -역사가 60년 되었습니다.
AA교회 -개척한지 3년되는 그야말로 시골 교회입니다.
ㅁㅁ교회 -교인들과 함께 무공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xx교회 -어린이를 돌보는 놀이방이 있습니다.
꿈같은 소리라고,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할진 몰라도, 그냥 꿈이기에는 영 아쉽고 서글픈 꿈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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