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93.단강의 겨울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53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93.단강의 겨울


수요예배를 마쳤을 때, 남철씨로부터 어머니가 아프시니 내일 오셔서 기도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올라가지 못했다.
교회 석유 사는 일로 왔다갔다 했다지만, 게을렀던 것이다.
그 다음날에야 올라갔다.
아랫작실 한쪽 구석 언덕배기에 남철씨 집이 있다.
허름하고 작은 훍벽돌 집이다. 지난 장마를 용케 견뎠다.
남철씨는 광철씨 동생이다. 둘 다 노총각이다.
“계세요? 계세요?” 몇 번을 불렀을 때에야 문이 열렸고, 광철씨 어머니는 휘청 몸의 중심을 잃으며 일어나셨다.
캄캄한 방에 혼자 누워 계셨다. 모두들 일하러 나간 것이다.
갑상선 때문에 오래 전부터 목이 부은 채 고생을 하고 계신데 몸이 좋지 않아 이삼이 아무것도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용기 잃지 말라 말씀드리지만 좋은 말일 뿐, 중요한건 치료일 터인데 손을 못 쓰고 있으니.
내려오는 길 박종석 성도님 댁에 들렸다. 몇 주간 교회에 못 나오셨다. 역시 한 참 만에야 문을 연 성도님은 어렵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셨다. 혼자 누워 계셨다. 늘 마른기침을 하신다.
숨을 쉴 때마다 깊은 곳에서부터 끌려 나오듯 숨소리가 거치시다. 겨울이면 더욱 더 고생이 심하시다.
그런데다가 이번엔 전에 없던 담마저 걸려 어디 아픈 데도 모르고 온 몸이 쑤신다는 것이었다.
주섬주섬 윗옷 걷어 올려 가슴을 보이시는데, 그 야윈 가슴엔 조그마한 파스 몇 개가 붙어 있다.
아프신 것도 아프신 것이지만, 혼자 누워 게신 것이 더 어렵게 보였다. 손 모아 기도한다. 부끄럽고 무능력한 손을 모아.
김천복 할머니댁을 들렸다.
서너 분의 할머니들이 모여 산수유씨를 빼내고 있었다.
올해는 산수유금이 좋아 근당 칠팔천원씩 간다 한다.
마실 삼아 산수유 가지고 서로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다. 주름진 손끝마다엔 빨간 산수유 물이 검붉게 배었다.
한참을 하다보면 손톱이 닳는다 한다.
앓는 것과 산수유.
단강에 겨울이 왔다.(198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6 한희철 105.신문을 보며1 한희철 2002-01-02 4380
105 한희철 104.사랑의 헌금 한희철 2002-01-02 4372
104 한희철 103.병원에서 한희철 2002-01-02 4368
103 한희철 102.찬비 속 당신을 보내며 한희철 2002-01-02 4389
102 한희철 101.부러움 한희철 2002-01-02 4476
101 한희철 100.연날리기 한희철 2002-01-02 4374
100 한희철 99.거룩한 자리 한희철 2002-01-02 4343
99 한희철 98.두 번째 성탄절 한희철 2002-01-02 4416
98 한희철 97.메주와 화로 한희철 2002-01-02 4363
97 한희철 96.형(兄)이 아름다운 건 한희철 2002-01-02 4383
96 한희철 95.시골버스 한희철 2002-01-02 4364
95 한희철 94.산타 한희철 2002-01-02 4431
» 한희철 93.단강의 겨울 한희철 2002-01-02 4353
93 한희철 92.어떤 외경심 한희철 2002-01-02 4416
92 한희철 91.별난 구경 한희철 2002-01-02 4389
91 한희철 90.막연한 편지 한희철 2002-01-02 4363
90 한희철 89.속 모르는 얘기 한희철 2002-01-02 4363
89 한희철 88.추수감사절 한희철 2002-01-02 4415
88 한희철 87.쓸쓸한 노년 한희철 2002-01-02 4363
87 한희철 86.갈라진 손 한희철 2002-01-02 4336
86 한희철 85.찬 마루에 꿇은 무릎 한희철 2002-01-02 4364
85 한희철 84.무심한 전도사 한희철 2002-01-02 4394
84 한희철 83.아쉬운 것 한희철 2002-01-02 4347
83 한희철 82.치화씨 한희철 2002-01-02 4390
82 한희철 81.효부상 한희철 2002-01-02 4382
81 한희철 80.여름마을(농촌) 축제 한희철 2002-01-02 4352
80 한희철 79.돌아온 청년 한희철 2002-01-02 4352
79 한희철 78.떠난 할머니, 떠난 할아버지 한희철 2002-01-02 4416
78 한희철 77.기도해야 된다고 한희철 2002-01-02 4401
77 한희철 76.피하고 싶은 심방 한희철 2002-01-02 4363
76 한희철 75.떠밀리는 삶 한희철 2002-01-02 4351
75 한희철 74.해바라기 한희철 2002-01-02 4368
74 한희철 73.혼자 떠남 한희철 2002-01-02 4346
73 한희철 72.숨은 아픔 한희철 2002-01-02 4386
72 한희철 71.편지 한희철 2002-01-02 438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