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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6. 경운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8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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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136. 경운기

 

마을 청년이 큰 교통사고를 냈다. 차를 몰고 문막농공단지로 출퇴근을 하는 청년인데, 일마치고 돌아오는 저녁길, 앞에 가던 경운기를 브레이크 한번 못 밟고 들이받고 말았다. 경운기가 전혀 안 보였다는 것이다. 

경운기에는 세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이틀만에 산소 호흡기를 떼고 죽고 말았고, 한 사람은 뇌출혈, 또한 사람은 팔 다리등이 부러졌다. 

가뜩이나 어려운 일이 겹쳐 대하기 안스러운 집안인데, 그런 어려움 이겨보려고 아저씨, 아주머니가 좋아하는 술도 삼가고 억척스레 일해 왔는데 이번에 아들이 큰 사고를 냈으니 참으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시골길을 다녀보면 경운기가 늘 위험하다. 특히나 밤길은 더하다. 일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대개는 어둠이 내린 시간. 어둠 속에 돌아오게 되는데 경운기의 앞쪽 라이트는 들어온다 하여도 뒷쪽엔 들어오는 불이 없다. 뒤에 오는 차가 앞의 경운기를 쉽게 식별할 방법이 없다. 잠깐 시선을 놓쳤다간 큰 일이 나고 만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와이퍼가 돌아가는 순간에 경운기가 순간적으로 가리기도 한다. 

경운기를 운전하는 사람은 경운기 자체에서 나는 소리가 워낙 커 뒤에 오는 차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어떤땐 크락션 소리도 못 들을 때가 있다. 뒤늦게 반사광을 붙이기도 하고 야광 페인트를 칠하기도 하지만 것은 최소한의 자구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질 못한다. 

경운기를 만드는 회사에 묻고 싶다. 왜 처음부터 경운기를 만들 때 든든한 방향등과 반사광을 설치하지 않는 것인지. 경운기에 방향등만 달려도 곁길에서 주춤주춤 나오다 마주오던 차와 부딪치는 사고나, 갑자기 경운기를 곁길로 틀어 뒤의 차와 부딪치는 사고는 훨씬 줄어들 수 있으리라. 

깜박깜박 켜지는 비상등도 함께 있어 뒤에 오는 차에 자신의 뜻을 미리 알릴 수도 있게 해야 한다. 뒷차의 불빛을 반사해 주는 반사광도 좀 더 크고 튼튼한 것으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 

하기야 그 쉬울 것 같은 백밀러 조차 경운기에 없으니 무얼 더 기대하겠는가만 아무래도 이런 처사는 농사짓는 이들을 무시하는 일 밖 엔 아닌 것 같다. 그게 기술상으로 정말 어려운 것인지 신문에 선전되는 각종 자동차들의 첨단장비들을 생각해 본다면 경운기에 이런 저런 최소한의 장치를 부탁하는 건 마음먹기에 달린 일, 그런데도 그렇지 않은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경운기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농기구며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그런 것치곤 너무 무관심하게 만들어졌다. 농촌을 무시하는 실상을 경운기만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도 드물 것이다. 

농촌을 살리겠다는 거창한 계획과 구호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경운기 하나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모두 허사요 거짓이다. 사고를 당한 이들도, 사고를 낸 이도 모두가 농사꾼이라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얘기마을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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