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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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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51.가난한 땅에서 드리는 감사
주보 인쇄를 하러 원주로 나서려는데 아내가 뭔가를 전한다. 조그만 플라스틱 케이스에 올망졸망 반지들이 들어있다.
불빛 밝은 금방.
내가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스스로 털기 위해 이런 저런 너스레를 떤다. 이라크 사태가 악화되면 금값이 오르지 않겠냐는 둥, 지난 번 살 때는 오만원대였는데 파는 값이 그보다 못하니 억울하다는 둥, 별 맘에도 없는 얘기를 한 참 떠든 후 반지를 내민다.
유리 위에 반지를 쏟은 주인은 유심히 검사를 한다. 그러더니 그 중 2개를 따로 떼논다. 정품 확인 표시가 없어 얼마간 값을 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계산기를 두드려 이내 값을 정리한다.
“팔 건가요?”
“네.”
돈만 받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란다. 머쓱한 표정으로 건넨다. 이름, 주소, 번호 등을 장부에 적는다. 다 적더니 “직업이 뭐죠?” 그 짧은 순간에 전해져 온 야릿한 기분이란.
추수감사주일 제단 앞에 놓인 감사의 단에는 교우들이 가져온 호박, 배추, 콩, 무, 땅콩, 쌀 등이 나란히 놓였다.
가뭄에 장마에 유달리 쉽지 않았던 한 해, 그러나 감사의 참뜻을 고난은 더욱 깊게 새기게 한다.
이 가난한 땅에서 드리는 또 한 번의 감사의 예배.
그럴수록 그분이 크게 자리를 잡는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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