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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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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380. 윤연섭 할머니
여주에서 도자기 축제가 있으니 구경삼아 식구들과 같이 넘어오라는 선배 목사님의 초청을 받고 막 여주로 나서려는 길이었다.
보니 섬뜰로 들어서는 길모퉁이에 윤연섭 할머니가 걸어오고 계셨다.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밖에 모르셨던 분, 그러다 겨울 되게 병치레를 하셨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시 무릎 아픈 것이 도져 보름여 병원에 입원을 하신 분이시다.
워낙 건강하게 지내시던 분이 병치레를 해서인지 할머니는 눈에 띄게 쇠약해지셨는데, 길모퉁이를 돌아서는 할머니 모습은 여전히 일 하고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이젠 무릎이 아파 그냥 걷는 것도 힘이 들어 지팡이까지 집었으면서도 할머니는 또 일을 하고 오는 중이었다.
“아들네는 당체 일하지 말라구 성화지만 어디 일이 그래유? 밭에 벌써 풀이 수북한걸유.”
차를 돌려 작실 집까지 모셔다 드리는 길, 할머니는 변명처럼 당신이 일한 까닭을 이야기하셨다. 아무리 자식이 일손 놓으라 하지만, 당신 스스로도 이젠 못하겠다고 마음으로 포기하지만, 어쩔까. 밭에 풀은 자꾸 돋는 걸. 이제껏 한평생 밭에 돋는 풀 구경삼아 바라본적 없는걸.
할머니는 아랫작실 입구 다리에서 내렸다. 지팡이를 짚고 음짓말로 올라 아무도 맞아주는이 없는 집으로 들어서실 것이다.
그리고 다리를 절며 혼자만의 저녁을 차리실 것이다. 아니면 파곤에 지쳐 그냥 잠이 드실지.....(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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