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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정성어린 커피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4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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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83.정성어린 커피


치화씨네서 작실속 속회예배를 드렸다.
윗작실 한쪽 켠 허름한 토담집, 장작이 켜켜이 쌓인 집이다. 그 집에서 치화씨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예배를 드리러 집에 도착했을 때 치화씨 어머니는 부엌에서 꾸역구역 피어 오른 연기 속 계속 기침을 해대시며 불을 때고 있었다.
치화씨가 미닫이 문을 열며 반갑게 맞는다. 그만그만한 살림살이가 방바닥에 놓인 작은 방이지만 치화씨는 방을 깨끗이 치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우리를 치화씨가 붙잡았다. 속회 예배를 마치면 예배를 드린 집에서 이런 저런 음식이나 차를 준비하고 그걸 들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보통이지만, 치화씨네의 어려운 살림을 모르는 바 아닌지라 슬그머니 일어서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치화씨는 커피믹스를 꺼내들었다. 며칠 전 부론장에 나가 천이백원을 주고 사온 것이었다.
밖에 나가 바가지에 물을 떠온 치화씨가 전기밥통에 물을 붓더니 코드를 꽂았다. 지난 가을 일철 끝난 후 큰맘 먹고 산 전기밥통이다. 몇 번이나 뚜껑을 열어 확인을 했지만 한 참 만에 물이 끓었다.
커피를 탈 잔을 가져왔는데 유리컵 세 개에 사기종지 한 개다. 치화씨는 정성껏 커피를 탔다. 밥통에 물을 끓여 종지에 타서 마신 커피. 모양이야 어색했지만 그게 치화씨 정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지라 각별한 기분이었다. 설산(雪山) 눈 녹여 끓여 마신 듯 드문 커피 아닌가.(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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