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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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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91.별난 구경
얼핏 얼핏 심방을 따라다니며 조금씩 계속 됐던 얘기가 점심을 먹으면서야 속 시원히 나왔다. 전날 봉고차를 대절해서 마을 여자분 몇 명이 수안보 온천을 다녀온 것이다.
다녀오는 길 멋진 구경을 했는데, 그 멋진 구경이 얘깃거리였다.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그 개운함 -한 해 농사를 마치고 하는 온천욕이 얼마나 개운했을까.-을 가지고 저녁식사와 함께 마신 술기운에 기대 기사에게 어디 ‘좋은 곳’을 부탁한 게 사면이 유리요, 번쩍거리는 조명 때문에 눈앞이 안 보이고, 음악 시끄러워 귀가 막막한 그런 곳이었겠다.
제법 빈자리에 마음 덜고 신나게 춤 춘 것도 잠시
잠시 후 벌어진 ‘쇼’에 모두들 놀라고 만 것이다.
무대 위에 왠 여자가 나와 춤을 추는데 옷을 하나 하나 벗드라나.
마침내 중요한 곳 가린 두 개가 남았는데 아, 그 중 위엣 것 마저 벗는 게 아닌가. 모두들 “어머나 어머나” 하며 눈 가리고 고갤 돌렸지만, 웬걸 마지막 것까지 벗어버리는 게 아닌가.
낯 뜨거워 혼났다는 얘기들이었다.
한번 얘기가 나오자 쑥스러움은 가시고 그 ‘별난 구경’은 온통 화제 거리였다. 오는 길, 차에 치여 잡을 수 있었던 노루에 대한 얘기는 오히려 주변 얘기였다.
“나도 한번 가봐야겠네요.”
머쓱함 감추고 따라 웃으며 얘길 받지만, 마음속엔 왠지 모를 착잡함이 일었다. 그토록 변한 그 별난 세계를 두고 ‘뼈빠지게’ 아니 ‘지지리도 궁상맞게’ 농사를 져야 하니, 엄연히 존재하는 그 두 세계 사이의 갭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하는, 이상한 곳으로 삶의 분출구를 찾게 되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으로, 어떤 식으로라도 카타르시스는 필요한 것이라 하지만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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