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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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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467. 참새
메주를 쑤던 날, 최영남 성도님은 교회 개나리 울타리에 요란하게 내려앉는 참새들을 보더니 새 차우를 만들었다.
교회 바로 앞에 방아간이 있다보니 교회 주변엔 늘 참새떼가 흔하다. 실과 나무로 만든 엉성해 보이는 올무였지만, 미끼로 놓여있는 벼 이삭을 쪼려다간 여지없이 걸려들고 마는 기가막힌 올무였다.
최영남 성도님 세대만 해도 흔하게 만들던 올무라 했지만 나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것이라 그런지 더욱 신기하게만 보였다.
이틀 동안 메주를 쑤도록 참새는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왔다갔다 해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미끼가 부실한 탓인지도 몰랐다. 이젠 참새들도 벼 이삭 한줌에 목숨을 걸 만큼, 더이상 어리석지는 않은 듯했다.
오기가 발동했던지 다음날 다시 단강을 들어오며 최영남 성도님과 박상율 성도님은 새 그물을 가지고 왔다. 배구 네트처럼 양쪽 막대기에 아주 얇은 실로 그물을 걸어 만든 새그물이었다. 막상 새 그물을 쳐 놓고 보니 그물친 흔적이 여간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를 않았다.
그물을 치자마자 한 마리, 일 끝나갈 무렵 또 한 마리가 결려 들었다. 두 마리 참새는 새 그물과 함께 가지고 들어온 새장 안에 갇혔다. 가까이서 본 참새는 생각보다도 작았다.
조 작은 것들이 그래도 그리도 힘차게 푸릇 푸릇대며 날아다녔던 것이다.
안에 물을 넣어 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새장안에 갇힌 새를 위해 벼이삭을 주워다 넣어 주기도 했고 아이들이 올 때마다 참새 두 마리는 이리 날고 저리 날고 난리를 피웠지만 그래야 새장 안이었다.
그날 저녁이다. 주현이가 놀러와 규영이와 어두워지도록 놀았는데 나가보니 새장에 참새가 없었다.
“참새 어디 갔니?”
서너마리 더 잡으면 참새구이를 해 먹을까, 은근히 그런 생각도 없지 않았는데 참새가 보이지 않다니.
규영이랑 주현이가 한 목소리 처럼 대답했다. “살려 줬어요. 날 어두워지면 걔네 엄마랑 아빠랑 찾잖아요.”
그렇게 대답하는 아이들의 천진하고 맑은 눈빛! 아이스러움!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더니!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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