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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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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9 가장 좋은 공부
한 동안 막내 규영이가 이웃 에쉬본에 사는 파스칼에게 독일어를 배우러 다녔다. 일주일에 두 번 파스칼네 집으로 가서 한 시간씩 독일어를 배웠다.
식구 중에서 새로운 환경에 가장 쉽고 빠르게 적응할 줄 알았던 규영이는 아직도 독일에 온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제일 활달하게 지내면서도 이따금씩 왜 독일에 온 것이냐고 진지하게 물어 마음을 뜨끔하게 만들곤 한다. 그런 규영이가 독일어를 좋아할 까닭이 없어, 싫어하고 안 하려드니 천상 도와줄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가 이웃에 사는 파스칼에게 독일어를 배우기로 하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파스칼이 한국말을 아주 못하는 것이 아니어서 여러 가지로 잘 되었다 싶었다. 매번 좋아라 나선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규영이는 일주일에 두 번 파스칼네 집으로 독일어를 배우러 다녀오곤 했다.
규영이가 공부하러 갈 때면 차로 데려다 주어야 했는데, 언제부턴가 파스칼네 집에 갈 때마다 집 입구로 들어가는 울타리 위에 동전이 놓여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누가 올려놓은 것인지 꽤 여러 날이 지나도록 그냥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규영이 것이었다. 녀석이 공부를 마치고 나와 신발을 신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동전 몇 개를 울타리 위에 올려놓고서 신발을 신은 것이었다. 물론 신발을 신은 뒤에는 동전 놓아둔 것을 잊어버린 것이었고.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사는 집이 예닐곱 집, 늘 사람이 다니는 길인데도 동전은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액수가 적어 그랬다면 모르겠거니와 액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주인이 찾아갈 때까지 그냥 그 자리에 둔 것이라 여겨진다.
"어떻게 이게 여태까지 여기에 있지?"
뒤늦게 제자리에 그냥 놓여져 있는 동전을 집으며 규영이는 몹시 신기해했다. 그래, 독일어도 독일어다만 무엇보다도 독일의 좋은 모습을 눈여겨보고 배우렴. 그게 가장 큰 공부일 터이니. (200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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