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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걸었는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34 추천 수 0 2003.04.14 19: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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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5 우리는 무엇을 걸었는가

해인사에 가면 퇴설당이 있는데, 퇴설(堆雪)이란 말은 혜가가 달마를 찾아가 제자 되기를 간청했던 일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한다.
혜가가 달마를 찾아간 날, 눈이 펑펑 내렸다. 그런데도 달마는 소림굴에서 관벽 참선만 할 뿐 혜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저러다 돌아가겠지 싶었지만 혜가는 눈 내리는 소림굴 마당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온 몸이 얼음처럼 얼어붙은 지 사흘 째 되던 날, 마침내 달마가 입을 연다.
"눈 속에 그토록 오래 서서 그대는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바라옵기는 화상께서 감로의 문을 여시어 중생을 제도해 주소서."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는 말에 달마는 쌀쌀하게 대답을 한다.    
"부처님의 위 없는 도는 여러 겁을 부지런히 정진하여 행하기 어려운 일도 기꺼이 행하고, 참기 어려운 일도 기꺼이 참아야 얻을 수 있거늘, 어찌 작은 공덕과 작은 지혜와 경솔한 마음과 교만한 마음으로 참 법을 바라는가. 헛수고할 뿐이니 물러가시오."
눈은 이미 혜가의 무릎에까지 차 올라 있었다. 사흘 밤낮을 눈 속에 서 있던 혜가에게는 너무도 비정한 말이었다. 그 때 혜가는 칼을 들어 자신의 왼팔을 끊어버린다. 작은 공덕과 작은 지혜와 경솔한 마음과 교만한 마음을 그렇게 끊어버렸던 것이다.
"네가 내 앞에서 팔을 끊으면서 구하니 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끊어진 왼팔을 달마의 발 밑에 놓자 그제야 달마는 혜가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팔을 잘라 진리를 구하고 있는 혜가의 선혈이 눈에 선하다.
남정네들만 사는 숯가마 터 동굴로 백일 기도를 바치러 가기 위해 밤새 장작불로 물을 끊이고 그 물 속에 얼굴을 담궜다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솥을 다시 걸라는 명에 하룻밤 아홉 번이나 솥을 다시 걸어 '구정'(九鼎)이란 이름으로 제자가 된 이야기도 있다. 솥 한 번 걸기가 얼마나 힘들고 더디고 귀찮은데.
진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던진 이야기를 두고서 때로 우리는 너무나 쉽고 태평하다. 교회도 흔하고, 목사도 흔하다. 교회도 '나가줄' 때가 있고, 목사도 관행상 만난다. 무릎을 꿇기는커녕 '소 닭 보듯' 할 때가 많다. 두드릴 문이 보이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이나, 흔한 것에 마음을 빼앗겨 진리를 향한 열정마저 빼앗긴 것 또한 아프고 눈물겹다.  
진리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진리의 문이 어떻게 열리는지 어쩌면 우리는 영 모르고 있다. (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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