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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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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6 어떤 죽음
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것은 사랑이 엄마인 조혜옥 집사를 통해서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만 해도 그냥 안 됐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 일로 사랑이 엄마가 많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사랑이네를 찾아가게 됐다. 전화로 통화하는 것보다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졌다.
마치 친언니가 사고를 당한 것처럼 사랑이 엄마는 힘들어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당한 사고인 데다가, 죽은 언니가 교회를 안 다녔는데 그렇다면 그의 영혼은 어찌되는 거냐며 슬픔과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잠깐 위로하기 위해 들렀지만 이야기를 마칠 때쯤엔 생각지도 않은 제안을 하게 되었다.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돌아간 이(그냥 K라 하자)는 한국에서 대학을 정할 때 독문과를 택했는데, 청소년 시절부터 독일의 문학과 철학에 심취했고, 특히 헤르만 헤세를 좋아했단다. 독문과를 졸업한 후 K는 서울에 있는 한 독일회사에 취직을 했고, 1988년 단지 1년만 체류하겠다는 생각으로 독일로 건너와 회사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K는 독일에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독일청년을 만났고, 1991년 10월 그와 결혼을 하였다. 주변에 한국사람이라곤 없는 외진 시골에서의 생활은 버겁도록 외로웠지만 두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들어가고, 이제 막 자신이 꿈꿔온 사랑하는 삶을 시작하려 할 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아들을 친구 생일모임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 중앙선을 넘어온 맞은편 차와 충돌을 한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결례가 아니라면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개인사도 안쓰러웠지만 K가 교회나 성당에 다니지를 않아 신부나 목사가 장례식을 주례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관례가 그렇다해도 그건 너무도 쓸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9살이라는 한창나이에 이국 땅에 외롭고 서럽게 묻히는 한 한국여인의 죽음, 그가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고 기도도 한 마디 없이 떠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겨졌다.
조심스런 이야기에 가족들이 동의를 했고, 먼 길 괸너스도르프까지 동행을 했다.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 K가 자신의 수첩에 적었다는 메모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Wem Gott will die rechte Gunst erweisen, den schickt er in die weite Welt. Also: Gott hat es mit mir gutgemeint!" (하나님이 사랑을 하고자 할 때에는 그를 멀리 떠나보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고 계십니다!) (200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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