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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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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8 엿같은 마음
김남균 선생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떠나기 전 몇 번 작별 인사를 나눴던 터라 굳이 공항까지는 나갈 생각을 안 했다.
사실 그 동안 몇 몇 교우들이 프랑크푸르트를 떠나갈 때가 있었지만, 따로 공항에 나가지는 않았다. 떠난다고 아무렇게나 보내도 된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공항'은 때로 견디기 힘든 감정으로 다가온다. 정서의 '공황' 같은. 여리다면 여린 마음 때문일 것이다.
김남균 선생이 떠나던 날도 생각은 그랬지만 결국은 저녁 무렵 공항으로 나가게 되었다. 못 전한 것이 있었다. 공항에는 젊은 교인들이 여럿 나와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외국에 살다보면 이렇게 누군가를 환송하러 공항에 나오는 일이 많을 텐데, 그 때마다 기분이 어때요?"
아직 비행기를 타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간단한 음식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때, 환송하는 마음이 어떨까 궁금해서 물었다. 누군가를 보내는 것은 내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일 터, 그 때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 누군가를 보내고 나면 애써 참아왔던 마음, 나도 가고 싶다는 마음의 둑이 무너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엿 같지요, 뭐."
면수 아빠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는데, 그런 대답이 솔직하고 시원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독일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만 해도 공항에 나와 누군가를 보내는 날은 참으로 견디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독한 술로도 그 마음은 잘 진정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탑승시간이 되었고, 정말로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여기저기 흐르는 눈물들을 어쩔 수가 없었다. 안고있는 어린 요한이마저 엄마 아빠에게 무심히 손을 흔들 뿐, 굳이 떠나려고 하지를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삶일 터인데, 끝내 익숙해 질 수 없는 일이 헤어짐이니. (200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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