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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 남모르게 베푸는 아주 작은 선행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952 추천 수 0 2004.01.02 1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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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작은 배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배에 가족을 태우고 호수로 나가 낚시를 즐기고는 했다. 어느 해인가 여름이 끝났을 때 배를 보관해 두려고 육지 위로 끌어올렸는데, 배 밑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주 작은 구멍이었고, 때는 여름의 끝이었다. 어차피 다음 여름에나 배를 타게 될 것이었으므로 배를 타기 전에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그 해 겨울, 그는 페인트공을 시켜서 배에 페인트를 새로 칠하게 하였다. 이듬해 봄이 되었을 때 두 아들이 빨리 배를 타고 싶다며 성화를 부렸다. 그는 배에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아이들에게 배를 내주었다.
아이들이 낚시를 하러 떠난 지 두어 시간이 지났을 때, 그제야 배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아이들은 아직 수영에도 충분히 익숙하지 못한 터라 여간 큰 일이 아니었다. 구멍으로 물이 들어와 배가 가라앉으면 아이들은 꼼짝없이 호수에서 죽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정신없이 호수로 달려갔다.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청해야 할지 마음이 어지러웠다. 그런데 호수에 도착해 보니 낚시를 마친 두 아들이 막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아들을 끌어안았다.
그런 다음 배를 조사해 보았다. 구멍이 뚫려있던 자리를 살펴보니 누군가가 구멍을 잘 막아놓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페인트공 밖에는 구멍을 고칠 사람이 없었다. 그는 큰 선물을 마련해 가지고 페인트공을 찾아갔다. 선물을 받은 페인트공이 놀라서 물었다.
"제가 칠한 페인트 값은 이미 주셨는데, 왜 이런 선물까지 주십니까?"
"당신은 페인트칠을 하다가 배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막아주셨지요. 사실 저는 배를 타기 전에 고쳐서 타야지 생각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그 구멍을 수리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깨끗하게 수리를 해주었습니다. 당신은 불과 몇 분 안에 그 구멍을 막았겠지만, 덕분에 우리 두 아이의 생명을 구해 주었답니다."
맡은 일은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었지만, 배에 구멍이 뚫린 것을 확인하고서는 성심껏 배의 구멍을 막아준 페인트공의 손길이 더없이 귀하게 여겨진다. 페인트공은 자기가 배의 구멍을 막았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별도의 일을 했다고 따로 수고비를 청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두 아이의 생명을 살릴 수가 있었다.
내가 남모르게 베푸는 작은 선행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결과를 가져온다.  (2003.8.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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