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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0. 사과가 놓여있는 풍경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371 추천 수 0 2005.09.22 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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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마부룩을 다녀왔습니다. 마부룩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개신교 대학이 최초로 세워진 곳이니 유서 깊은 대학 도시이지요. 아는 이가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 새롭게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어 격려차 방문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복장애를 가진 이들이 어떻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지, 국가는 그들에게 어떤 관심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인지를 공부하고 있으니, 공부를 마치면 유용하게 쓰임을 받겠지요. 세계 곳곳에서 좋은 공부를 하는 한국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었습니다. 하루 세 끼를 빵과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하는 답답함을 생각하여 가는 길에 김치를 준비했는데, 외국에서 공부를 하는 그에겐 그중 좋은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모르겠습니다.
기숙사 방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그가 사과를 씻어 냈습니다. 바이오 사과라 하며 껍질을 깍지 않고 다만 물에 씻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크고 잘 생긴 사과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내놓은 사과는 작고 볼품 없어 보였지만, 껍질째 먹는 사과 맛이 독특했습니다. 껍질을 깍지 않고 먹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새삼스러워 하자, 가까운 곳에서 살 수 있으니 잠깐 다녀오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꺼이 길을 나섰습니다. 사과는 기숙사에서 가까운 모퉁이 집 마당에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이라 알려 주었을 때 사과가 놓여있는 마당 풍경이 왜 그리 정겹던지요. 햇살이 환한 너른 마당 입구 한 쪽에 종이 박스 두 개에 놓여 있었는데, 그렇게 많지도 않은 사과가 올망졸망 그 박스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사과 옆에는 작은 저울이 있었고 저울 옆에는 동전을 담아두는 접시가 있었습니다. 누가 몇 이나 다녀갔는지 접시 안에는 많지 않은 액수의 동전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제야 보니 종이 박스에는 1Kg에 60센트라는 작은 메모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사과는 집안에서 딴 사과인 듯 싶었습니다. 직업 삼아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니 그냥 달린 대로 내버려두었겠지요. 농약 한 번 안 치고 자라는 대로 뒀다가 가을철 그래도 열매가 익자 그것을 따 가지고는 마당에 내놓았을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던 것은 별 볼품이 없는 작은 사과지만 그래도 사람이 먹는 것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마음이 소중하게 여겨졌을 뿐 아니라, 사과와 저울과 접시 등을 마당에 내어놓되 따로 확인하는 사람이 없는, 그렇게 사람을 턱 믿는 모습이 훈훈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행여 저울 눈금이 양심을 넘을까 조심스레 사과를 담았고, 기분 좋게 돈을 접시에 넣었습니다. 그곳에 사과를 둔 사람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참 좋은 만남을 갖고 돌아서는 유쾌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소소한 신뢰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큰 밑거름임을 배운,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04.11.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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