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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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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이 다 나이를 먹는 증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들어 나무가 아름답게 보입니다. 나무는 혼자 서 있어도 외롭지 않고, 서넛이 어울려 서면 아름답고, 여럿이 모이면 든든합니다. 혼자 있든 같이 있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마당에 있든 언덕에 있든 벼랑에 있든 어색함이 없습니다. 곧게 자란 것은 곧게 자란 것대로 굽은 것은 굽은 것대로, 자연스러움의 극치는 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무 중에서도 새삼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이 자작나무입니다. 눈처럼 하얀 껍질이 벗어지면서 시원스럽게 키가 뻗어 서양에서는 '숲속의 여왕'으로 대접을 받는 나무이지요. 대개는 깊은 산 양지쪽에서 자라지만 나무껍질이 아름다워 정원수나 가로수 혹은 조림수로도 심습니다. 목재는 가구를 만드는 데 쓰며,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백화피(白樺皮)라 하여 이뇨·진통·해열에 쓴다고 하니 이래저래 미덕을 많이 가진 나무입니다.
자작나무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데, 불에 잘 타면서도 습기에 강하며 천 년이 지나도 썩지를 않기 때문에 쓸모가 많습니다. 열 장에서 열두 장 정도의 얇은 껍질은 한 장씩 벗겨내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도 썼다고 합니다. 껍질에는 부패를 막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좀도 슬지 않고 곰팡이도 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랬겠지요,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가 자작나무껍질이며, 팔만대장경도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껍질은 물에 젖어도 불이 잘 붙으므로 불쏘시개로 중요하게 쓰입니다. 물에 흠뻑 젖은 것도 성냥불을 갖다 대면 즉시 불이 붙어 산 속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아주 유용한 상식이라 합니다.
자작나무가 새삼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겨울 초입에 보게 되는 그 잎새 때문입니다. 물론 이파리들이 함성을 지르듯 돋아나는 봄철 때도 그랬습니다. 앞뒷산 하많은 나무들이 다투듯 잎을 낼 때 자작나무는 슬며시 자잘한 잎새 수줍게 낼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긴 긴 여름 괜한 아픔처럼 허물을 벗으며 보내지요.
가을이 되면 나무마다 뽐내듯 진한 단풍이 들고, 그러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수수 잎새들이 떨어져 내립니다. 잎이 필 때 그러했듯 지는 것도 한순간입니다. 그렇게 무성한 잎새들 무심히 지고 나무마다 허전한 빈가지로 하늘이 휑할 때, 다 그럴 순 없다는 듯 끝까지 잎새를 지키고 선 것이 자작입니다. 덩달아 떠나고 싶지는 않다는 듯, 허락한 시간 끝까지 지키고 싶다는 듯 끝까지 남은 잎새들이 찬바람을 견딥니다. 그러다가 흰눈이라도 내릴 즈음 지워지듯 슬며시 자취를 감추게 되지요.
그 작고 안쓰러운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끝까지 남는 작은 잎새들은 꽃만큼 아름다운데, 내가 보잘 것 없다는 걸 내가 잘 안다는 듯 자작은 여전히 작은 몸짓으로 흔들릴 뿐입니다. 요란한 것 모두 떠난 자리에 작은 몸짓으로 남아 끝내 아름다움 지키는 것 드문 세상이기에. 2004.12.6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나무 중에서도 새삼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이 자작나무입니다. 눈처럼 하얀 껍질이 벗어지면서 시원스럽게 키가 뻗어 서양에서는 '숲속의 여왕'으로 대접을 받는 나무이지요. 대개는 깊은 산 양지쪽에서 자라지만 나무껍질이 아름다워 정원수나 가로수 혹은 조림수로도 심습니다. 목재는 가구를 만드는 데 쓰며,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백화피(白樺皮)라 하여 이뇨·진통·해열에 쓴다고 하니 이래저래 미덕을 많이 가진 나무입니다.
자작나무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데, 불에 잘 타면서도 습기에 강하며 천 년이 지나도 썩지를 않기 때문에 쓸모가 많습니다. 열 장에서 열두 장 정도의 얇은 껍질은 한 장씩 벗겨내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도 썼다고 합니다. 껍질에는 부패를 막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좀도 슬지 않고 곰팡이도 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랬겠지요,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가 자작나무껍질이며, 팔만대장경도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껍질은 물에 젖어도 불이 잘 붙으므로 불쏘시개로 중요하게 쓰입니다. 물에 흠뻑 젖은 것도 성냥불을 갖다 대면 즉시 불이 붙어 산 속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아주 유용한 상식이라 합니다.
자작나무가 새삼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겨울 초입에 보게 되는 그 잎새 때문입니다. 물론 이파리들이 함성을 지르듯 돋아나는 봄철 때도 그랬습니다. 앞뒷산 하많은 나무들이 다투듯 잎을 낼 때 자작나무는 슬며시 자잘한 잎새 수줍게 낼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긴 긴 여름 괜한 아픔처럼 허물을 벗으며 보내지요.
가을이 되면 나무마다 뽐내듯 진한 단풍이 들고, 그러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수수 잎새들이 떨어져 내립니다. 잎이 필 때 그러했듯 지는 것도 한순간입니다. 그렇게 무성한 잎새들 무심히 지고 나무마다 허전한 빈가지로 하늘이 휑할 때, 다 그럴 순 없다는 듯 끝까지 잎새를 지키고 선 것이 자작입니다. 덩달아 떠나고 싶지는 않다는 듯, 허락한 시간 끝까지 지키고 싶다는 듯 끝까지 남은 잎새들이 찬바람을 견딥니다. 그러다가 흰눈이라도 내릴 즈음 지워지듯 슬며시 자취를 감추게 되지요.
그 작고 안쓰러운 모습에 눈길이 갑니다. 끝까지 남는 작은 잎새들은 꽃만큼 아름다운데, 내가 보잘 것 없다는 걸 내가 잘 안다는 듯 자작은 여전히 작은 몸짓으로 흔들릴 뿐입니다. 요란한 것 모두 떠난 자리에 작은 몸짓으로 남아 끝내 아름다움 지키는 것 드문 세상이기에. 2004.12.6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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