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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3. 아버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588 추천 수 0 2005.12.16 16: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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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 선생님이 쓴 책 중에 「탄광마을 아이들」이라는 동시집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탄광 마을에서 지냈던 적이 있는 선생님은 탄광마을과 그곳에 사는 아이들을 지극한 애정으로 바라보며 글을 남겼습니다. 탄광마을의 풍경과 아픔 등이 나직한 목소리에 담겨 마음을 울리는 책인데, 아버지에 대한 글이 많이 나옵니다. ‘이제 나는’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아버지의 왼손 네 손가락/ 엄지손가락만 빼고는/ 모두 잘라냈다//
그 손으로도/ 아버지는/ 나를 업어주셨고/ 내 팽이를 깎아주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탄광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 오른쪽 얼굴을 깠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잘려나간/ 아버지의 손가락 생각을 하며/ 쓰린 걸 꾹 참았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아버지 일 가실 때’라는 시도 눈에 띕니다.
《밤 열한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치고 있었다//
아프시다는/ 고향의 할머니 걱정만 하다가/ 아버지는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마루 끝에 앉아/ 아버지가 장화를 신는 동안/ 어머니는 우산을 펴 들었다//
“잘 다녀오세요.”/ “염려 말고 잘 자.”//
라면 두 개를 가방에 넣고/ 아버지가 저벅저벅 방을 나섰다//
일하면서도 아버지는/ 아프시다는 할머니 생각만 하시겠지/ 불을 끄고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비 오는 늦은 밤에 일나간 아버지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이 손에 잡힐 듯 가깝습니다.
모든 시가 그렇지만 ‘아버지 사진’이라는 시는 더욱 쉽지가 않습니다.
아버지 사진만으로는/ 우리 집이/ 채워지질 않아요//
병으로 누워계실 때만 해도/ 아버지가/ 우리 집을 꽉 채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요//
그러나 지금/ 아버지 사진만으로는/ 우리 집이/ 채워지질 않아요//
다른 친구들은 모를/ 커다란 구멍이/ 우리 집에 있어요/ 식구들 가슴마다 있어요》
탄을 캐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막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안쓰러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아픈 마음이 한 편 한 편의 시마다 담겨 있습니다.
어려운 이 시기에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으며 아버지의 자리를 다시 한 번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고마운 마음으로 헤아려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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