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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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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속초를 다녀왔습니다. 늘 마음속에 고마움과 든든함으로 남아있는 지인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의논도 할 일이 있었습니다. 휴가의 한창 때가 막 지난 때문인지 미시령을 넘는 길은 한적하게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이 길을 빠져나가는데 예닐곱 시간이 족히 걸렸다는 이야기가 믿어지질 않을 만큼 길이 길다웠습니다. 부는 바람 속에 이미 담기기 시작한 선선함은 조용한 음악과 잘 어울려 설악의 한 고개를 넘는 즐거움이 제법이었습니다.
임대아파트에서 우리를 맞아준 그 분은 반바지 차림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또 얼마나 편하고 좋던지요. 정장을 하고 맞았다면 우린 괜스레 긴장부터 했을 텐데요. 편한 반바지, 덩달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 분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거실 바닥에 놓여 있던 두 권의 스케치북을 보여주었습니다. 설악의 갖가지 풍경들이 담겨있는 그림이었습니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참 좋아 그림을 그리는 따님이 다녀가며 그린 것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분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었습니다.
나이로나 능력으로나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는 큰 일을 훌훌 털고 서울을 떠나와 자연 속에 들어 살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그 분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그려보는 그림이 너무 좋아 때론 시간을 잊고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한가로움은 하늘이 특별히 사랑하는 이에게만 주는 선물이라더니, 그 분이 꼭 그랬습니다.
그림에 이어 얼마 전 쓰셨다는 시를 읽고 있는데, “이것 좀 보실래요?” 하며 웬 종이 한 장을 건넸습니다. 32절지 쯤 되는 종이에 서툴게 쓴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직접 손으로 쓴 상장이었는데, 상의 이름과 내용이 뜻밖이었습니다. 상의 이름은 ‘보호상’,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위 사람은 61세나 되었는데도 어린이를 잘 돌봤음으로 이 상을 수여함》
위에는 할아버지의 함자를 또박또박 적었고, 맨 아래에는 날짜와 함께 상을 주는 자신의 이름을 적어 놓았습니다. 사연이 궁금해 물었더니 초등학교 1학년인 외손녀가 만들어 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상을 많이 탔다는 외손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잘 했다고 칭찬을 해준 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아무 상도 못 탔는 걸.” 했는데, 슬그머니 손녀가 없어졌답니다. 그리고는 얼마 후 자신이 만든 상장을 가지고 와선 할아버지에게 보호상장을 전했다는 것입니다.
“노벨평화상보다도 멋진 상이네요!”
할아버지를 향한 외손녀의 마음이 너무나 예뻐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할아버지를 향한 지극한 사랑과 존경심이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요. 저도 이제까지 받았던 어떤 상보다도 좋은 상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 상이지요.”
그 분도 마음을 다해 인정을 했습니다. 자녀들이 준비해준 환갑잔치 비용을 의미 있는 일에 전액 기부한 것도 물론이지만, 사랑스러운 손녀에게 ‘보호상’을 받은 그 하나만의 이유로도 그 분의 노년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2005.6.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임대아파트에서 우리를 맞아준 그 분은 반바지 차림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또 얼마나 편하고 좋던지요. 정장을 하고 맞았다면 우린 괜스레 긴장부터 했을 텐데요. 편한 반바지, 덩달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 분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거실 바닥에 놓여 있던 두 권의 스케치북을 보여주었습니다. 설악의 갖가지 풍경들이 담겨있는 그림이었습니다.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참 좋아 그림을 그리는 따님이 다녀가며 그린 것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분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었습니다.
나이로나 능력으로나 얼마든지 더 할 수 있는 큰 일을 훌훌 털고 서울을 떠나와 자연 속에 들어 살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그 분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그려보는 그림이 너무 좋아 때론 시간을 잊고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한가로움은 하늘이 특별히 사랑하는 이에게만 주는 선물이라더니, 그 분이 꼭 그랬습니다.
그림에 이어 얼마 전 쓰셨다는 시를 읽고 있는데, “이것 좀 보실래요?” 하며 웬 종이 한 장을 건넸습니다. 32절지 쯤 되는 종이에 서툴게 쓴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직접 손으로 쓴 상장이었는데, 상의 이름과 내용이 뜻밖이었습니다. 상의 이름은 ‘보호상’,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위 사람은 61세나 되었는데도 어린이를 잘 돌봤음으로 이 상을 수여함》
위에는 할아버지의 함자를 또박또박 적었고, 맨 아래에는 날짜와 함께 상을 주는 자신의 이름을 적어 놓았습니다. 사연이 궁금해 물었더니 초등학교 1학년인 외손녀가 만들어 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상을 많이 탔다는 외손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잘 했다고 칭찬을 해준 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아무 상도 못 탔는 걸.” 했는데, 슬그머니 손녀가 없어졌답니다. 그리고는 얼마 후 자신이 만든 상장을 가지고 와선 할아버지에게 보호상장을 전했다는 것입니다.
“노벨평화상보다도 멋진 상이네요!”
할아버지를 향한 외손녀의 마음이 너무나 예뻐 감탄에 감탄을 했습니다. 할아버지를 향한 지극한 사랑과 존경심이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요. 저도 이제까지 받았던 어떤 상보다도 좋은 상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 상이지요.”
그 분도 마음을 다해 인정을 했습니다. 자녀들이 준비해준 환갑잔치 비용을 의미 있는 일에 전액 기부한 것도 물론이지만, 사랑스러운 손녀에게 ‘보호상’을 받은 그 하나만의 이유로도 그 분의 노년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2005.6.1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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