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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0. 마음의 그레발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470 추천 수 0 2005.12.30 12: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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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시대가 바뀌어 입사시험을 볼 때 외국어보다도 국어가 더 문제가 된다는 기사를 대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어는 능숙하게 구사하면서도 막상 우리말과 우리 글에 서툴다니, 당혹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면 미숙해지는 것이 비단 우리말뿐만이 아니어서, 우리 얼과 문화 등 우리가 누구인지에 관한 자기 정체성에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말과 우리 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의 것을 지키는데 있어 그 어떤 것보다도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레발'이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우리말입니다. 우리말이 우리에게 낯설다니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요? 그런데도 왜 우리는 우리말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레발은 집 지을 재목을 다듬는 일과 관련된 말입니다. 보나 도리, 서까래나 기둥 등 집을 지을 때 쓰는 재목을 다듬기 위해서는 이른바 마름질을 하는데, 마름질이란 재목을 치수에 맞추어 베거나 자르는 일을 말합니다. 재목을 연장으로 다듬는 일은 '바심'이라 하였습니다.
마름질을 하며 재목을 놓일 자리에 꼭 맞도록 자르기 위해 재목의 위아래에 표시를 하게 되는데, 그렇게 재목의 위아래에 표시를 하는 도구를 그레라고 하였습니다. 그레와 관련 그레발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레발이란 그레로 그레질을 해서 재목을 자를 때 원래의 치수보다 조금 더 길게 늘려 자른 부분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레발을 두는 것은 혹시 수평이 안 맞는다든지 하는 오차가 생겼을 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부터 길이를 딱 맞춰 잘라 놓았다가는 나중에 바로잡을 방법이 없어질 수가 있습니다. 재목의 길이가 길면 잘라 쓰면 되지만 행여라도 재목의 길이가 짧을 경우 다른 나무를 이어서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그레발은 사람 얼굴을 조각할 때 눈은 작게 시작하고 코는 크게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될 것입니다. 조각을 하다보면 손을 댈수록 눈은 커지고 코는 작아질 터이니, 조각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처음부터 눈을 크게 한다든지 코를 작게 시작한다면 이내 낭패를 당하게 되고 말겠지요.
처음에 재목의 길이를 조금 길게 잡았다가 나중에 필요가 없게 되어 그레발을 잘라 없애는 것을 '그레발을 접는다'고 하였는데(참조. 장승욱 지음, '재미있는 우리말 도사리'), 그레발을 접는다는 말이 귀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마음에도 그레발을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 치의 여유도 없이 팍팍하게 살아갈 것이 아니라 마음에 맞지 않을 경우 얼마쯤은 베어내도 좋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렇게 그레발을 두고 살아간다면 우리 삶이 한결 풍요로울 수 있겠다 싶기 때문입니다. 2005.8.10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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