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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5. 아름다운 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579 추천 수 0 2005.12.30 12: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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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갑자기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다녀오게 되었다. 낮에 꽃을 사는 일을 깜박했던 것이었다. 주일마다 교우들이 돌아가며 자신이나 가정에서 맞은 애경사를 기념하여 제단장식을 하는데, 그 꽃꽂이를 아내가 맡고 있다. 토요일은 대부분의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아, 깜박 시간을 놓치면 곤란해진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지하상가에 꽃가게가 있지 싶어 나가보았으나 없었다. 시간에 쫓겨 Hauptwacher로 갔다. 아내가 먼저 내린 뒤 나는 주차를 하고 맥도널드 가게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주차타워에 주차를 하고 약속한 곳으로 가고 있는데, Zeil 거리의 광장 한 복판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제법 큰 원을 만들어 둘러서 있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여 바라보니 젊은이 몇 몇이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었다. 모두들 춤솜씨가 대단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운데 서 있는, 춤을 추는 네 명중에서 유일한 남자인 흑인 청년의 춤솜씨가 남달랐다. 흑인 청년의 몸 동작은 주변의 춤꾼들에 비해 서너 배는 빨라 보였다. 춤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내가 보기에는 특출한 솜씨였다.
현란한 춤솜씨에 모두들 마음을 빼앗긴 채 구경을 하고 있는데, 마침 어린 꼬마 하나가 흥겨움을 참지 못하고 원 안으로 들어와 같이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세 살이나 됐을까 싶은 흑인 아이였다. 춤에 빠져있던 남자가 마침내 아이를 보았고 흘낏흘낏 아이를 쳐다보던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춤을 추며 아이 곁으로 다가갔다. 아이는 조금도 어색해하지 않고 몸을 흔들었고, 아이 곁으로 다가간 춤꾼은 아이 옆에 나란히 서서 춤을 추었다.
아이의 춤동작은 단순했다. 그러나 충분히 춤에 빠져 있었다. 아이 곁에 선 춤꾼은 일행과 춤을 추던 것을 아예 멈추고서 아이에게 춤동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양팔을 벌리고, 머리에 손 하나를 얹고, 앉았다 일어나고....., 자석에게 이끌린 쇠처럼 아이는 춤꾼이 보여주는 동작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틀리면 동작은 반복됐다.
춤꾼은 자신이 지금 시내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했다. 잠깐이면 끝날 줄 알고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는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내게는 현란한 춤동작보다도 한 아이를 가르치는 그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거리의 춤꾼에게 춤동작을 배운 아이는 춤 이상의 것을 배운 것이리라. 언젠가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춤을 추며, 춤 이상의 것을 나누리라. 선선한 바람이 불어대며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는 저녁거리의 풍경이 문득 정겨웠다. 2005.9.3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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