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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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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계절마다 변하는 독특한 빛깔만큼 자기만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싶습니다. 짧아서 아름다운 것이 있음을 가르쳐주는 계절, 제게 있어 가을은 그렇습니다. 늦도록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여름과 성급하기 그지없는 겨울 사이, 좁은 틈 안에 겨우 비집고 선 듯 위태하게 놓이지만, 그럴수록 가을은 눈부시게 빛납니다.
흔하게 떨어져 밟히는 잎새를 끝까지 어루만지는 햇살과 그 때마다 꽃등처럼 환하게 켜지는 빛깔, 들판에서 잘 익어가는 벼들의 일렁임, 산간 밭 수수의 고개 숙임과 빛의 떨림으로 나는 잠자리의 춤, 좁은 골목길과 길가에 놓인 휑한 의자를 잠시 데우다 사라지는 오후의 볕, 더위에 지친 몸보다도 마음을 쓰다듬는 선선한 바람이 그렇습니다.
그 아름다운 것들이 잠깐 사이 아쉽게 사라질 무렵, 우리는 비로소 짧아서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휴가가 그렇고, 젊음이 그렇고, 첫사랑과 부푼 꿈이 그렇고, 결국은 우리의 삶도 그렇다는 사실을.
'신과의 인터뷰'라는, 어느 무명의 시인이 쓴 글을 최근에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시인은 꿈속에서 신과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시인은 신께 물었습니다.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을 합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시인이 겸허하게 말합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자식들에게 그밖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그 때 신은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이곳에 있음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내가 여기에 있음을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기억하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말이 마음에 닿는 종소리처럼 은은합니다.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내가 여기에 있음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짧아서 아름다운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2005.9.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흔하게 떨어져 밟히는 잎새를 끝까지 어루만지는 햇살과 그 때마다 꽃등처럼 환하게 켜지는 빛깔, 들판에서 잘 익어가는 벼들의 일렁임, 산간 밭 수수의 고개 숙임과 빛의 떨림으로 나는 잠자리의 춤, 좁은 골목길과 길가에 놓인 휑한 의자를 잠시 데우다 사라지는 오후의 볕, 더위에 지친 몸보다도 마음을 쓰다듬는 선선한 바람이 그렇습니다.
그 아름다운 것들이 잠깐 사이 아쉽게 사라질 무렵, 우리는 비로소 짧아서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휴가가 그렇고, 젊음이 그렇고, 첫사랑과 부푼 꿈이 그렇고, 결국은 우리의 삶도 그렇다는 사실을.
'신과의 인터뷰'라는, 어느 무명의 시인이 쓴 글을 최근에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시인은 꿈속에서 신과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시인은 신께 물었습니다.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을 합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시인이 겸허하게 말합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자식들에게 그밖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그 때 신은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이곳에 있음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내가 여기에 있음을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기억하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말이 마음에 닿는 종소리처럼 은은합니다.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내가 여기에 있음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짧아서 아름다운 내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2005.9.28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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