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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 흔한 들꽃 하나에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559 추천 수 0 2006.12.30 12: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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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 흔한 들꽃 하나에도        
                                                            
우리나라 꽃들에겐 설운 이름이 너무 많다고 노래한 시인이 있었습니다. 그가 설운 이름으로 댔던 꽃들은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등이지만 찾아보면 설운 이름을 가진 꽃들은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 며느리배꼽, 애기똥풀, 노루오줌, 잔털제비꽃, 바보여뀌, 벼룩나물, 골무꽃, 큰도둑놈의갈고리, 개불알꽃, 꿩의밥, 송장풀, 달뿌리풀, 괭이밥, 광대나물, 쇠별꽃.... 살림살이가 힘들 때 붙여진 이름이어서 그렇겠지요, 서러운 이름들이 적지 않습니다. 서러운 이름 속에는 서러운 사연도 많아 어느 것 하나 그냥 피는 꽃이 없지 싶습니다.
가을철에 흔하게 보는 쑥부쟁이만 해도 그렇습니다.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는 꽃입니다. 옛날 아주 가난한 대장장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11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있었답니다. 대장장이의 큰딸은 동생들을 위해 산이나 들로 나가 쑥나물을 열심히 캐왔답니다. 동내 사람들은 그녀를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네 딸'이라는 뜻으로 ‘쑥부쟁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어느 날 쑥부쟁이는 산에 올라갔다가 몸에 상처를 입고 쫓기던 노루 한 마리를 살려주었는데, 노루는 꼭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산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쑥부쟁이는 함정에 빠진 한 사냥꾼도 구해주게 되는데, 사냥꾼은 자신이 서울 박재상의 아들이라고 말한 뒤 가을에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떠났습니다. 쑥부쟁이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드디어 가을이 왔고 쑥부쟁이는 사냥꾼과 만났던 산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올라갔지만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쑥부쟁이의 그리움은 갈수록 더해만 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몇 해가 흘러갔습니다.
어느 날 쑥부쟁이는 몸을 곱게 단장하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깨끗한 물 한 그릇을 떠놓고 정성스레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때 전에 목숨을 구해준 노루가 나타나 쑥부쟁이에게 노란 구슬 세 개를 건네주며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쑥부쟁이는 우선 구슬 한 개를 입에 물고 병든 어머니가 낫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병이 그 순간에 완쾌 되었습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냥꾼을 위해 두 번째 구슬을 꺼내 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바로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사냥꾼은 이미 결혼을 하여 자식을 둘이나 둔 처지였습니다. 사냥꾼은 자신의 잘못을 빌며 쑥부쟁이에게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쑥부쟁이는 마지막 하나 남은 구슬을 입에 물고 아내와 자식이 있는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가슴 아픈 소원을 말하였습니다.
그 날 이후 쑥부쟁이는 끝내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동생들을 보살피며 사냥꾼을 생각하며 나물을 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쑥부쟁이는 발을 헛디뎌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게 되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연한 보라빛의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 꽃을 쑥부쟁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만나게 되는 들꽃 하나에도 남모를 사연들이 담겨 있는 것, 꽃 이름과 이름 속에 담긴 사연들을 알게 된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가을은 더욱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2006.10.29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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