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영혼이 찾아온 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9 추천 수 0 2020.05.08 23:18:42
.........

l_2019101701001948900155931.jpg

어디 강의하러 간 김에 친구 얼굴 한번 보려고 방문했는데, 바쁜 일처리로 볼이 빨개 있었다. 같이들 마시라며 커피를 사서 넣어주고 뒤돌아섰다. 나는 다음 역까지 한참이나 걸었다. 영혼보다 빨리 달려가는 바쁜 몸들, 쏜살같이 지나가는 차량들. 내뿜는 한숨과 매연에 얼른 이 산골로 돌아오고 싶었다.
구절초가 꽃 잔치를 벌이고 있다. 연보라 꽃송이에 꿀벌들이 달라붙어 쪽쪽대는 소리가 요란도 하지. 10월은 구근 식물 옮겨심기에 적기다. 젖먹이들을 물어 옮기는 어미 개나 고양이처럼 여러해살이식물들을 옮기고 새 보금자리를 지정해준다. 후일에도 내 정원은 꽃과 여러 식물들로 나와 손님들을 기쁘게 맞아줄 것이다. 몸과 영혼이 분리되지 않고 소중히 달라붙어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는 곳. 정신 차리기에 좋은 곳을 사람도 ‘가지고, 가꾸고’ 해야 한다. 하루쯤 시간을 내어 풀을 뽑고, 꽃대를 잡아주고, 따뜻한 국화차를 내어 마시면서 살아야 한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는 화가 요안나 콘세이요와 <잃어버린 영혼>이라는 책을 냈다. 너무 바쁘게 산 ‘얀’이라는 이름의 남자 주인공.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과거를 깡그리 기억 못하게 된다. 의사에게 찾아갔는데, 병명은 ‘영혼을 잃음’. 2~3년 전에 갔던 데를 찾아가거나 어디 한적한 곳에 기다리면 혹시 영혼이 되돌아올지도. 얀은 변두리 시골에 집을 구해 영혼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어느 날 대문을 쿵쿵 두드리며 영혼이 돌아왔다. 얀은 다시 영혼을 잃지 않고자 시계와 트렁크 따위를 마당에 묻어버린다. 시계자리에선 종모양의 꽃이 자라고, 트렁크에선 호박이 열려 담을 타고 넘어갔다.
그림책이 좋아 침대에 껴안고 꿀잠을 잤다. 내게도 영혼이 찾아온 기쁜 날이었다. ‘하루쯤 시간을 내서 봐요’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실 내가 조르고 바쁜 그들이 만나주는 세월. 친구도 순위가 있을 텐데, 돈벌이가 시원찮다보니 천덕꾸러기인가봐. 내 영혼이나 자주 만나야지 그럼.
임의진 목사·시인
2019.10.1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5 임의진 [시골편지] 야경꾼 file 임의진 2018-09-22 40
434 임의진 [시골편지] 태권도 입문기 file 임의진 2018-09-12 43
433 임의진 [시골편지] 수북면 북방처녀들 file [1] 임의진 2018-09-11 45
432 임의진 [시골편지]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 file [1] 임의진 2018-09-10 163
431 임의진 [시골편지]천렵놀이 file [1] 임의진 2018-09-09 66
430 임의진 [시골편지]풀벌레 캠핑 file [1] 임의진 2018-08-28 61
429 임의진 [시골편지]선인장과 프리다 칼로 file [1] 임의진 2018-08-27 111
428 임의진 [시골편지]개 돼지 염소 file [1] 임의진 2018-07-19 117
427 임의진 [시골편지]물방울, 빗방울, 눈물방울 file [1] 임의진 2018-07-04 103
426 임의진 [시골편지] 섬마을 소금밭 file [1] 임의진 2018-07-03 105
425 임의진 [시골편지]리오넬 메시와 10시 file [1] 임의진 2018-07-02 66
424 임의진 [시골편지]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file 임의진 2018-06-14 146
423 임의진 [시골편지]귀 청소 file [1] 임의진 2018-06-09 126
422 임의진 [시골편지] 저수지 물빛 file [1] 임의진 2018-06-06 121
421 임의진 [시골편지] 채식주의자 file [1] 임의진 2018-06-05 63
420 임의진 [시골편지] 봄날의 코스모스 file [1] 임의진 2018-05-29 153
419 임의진 [시골편지] 귀곡산장 file [1] 임의진 2018-05-28 43
418 임의진 [시골편지] 봉하막걸리 file 임의진 2017-12-27 153
417 임의진 [시골편지] 일판 사랑판 file 임의진 2017-12-27 109
416 임의진 [시골편지] 버버리 곡꾼 file 임의진 2017-12-27 62
415 임의진 [시골편지] 평범한 사람 file 임의진 2017-12-27 48
414 임의진 [시골편지] 사우나 싸우나 file 임의진 2017-12-16 176
413 임의진 [시골편지] 시대적응 불량자 file 임의진 2017-12-16 24
412 임의진 [시골편지] 봄보로 봄봄 file 임의진 2017-12-16 83
411 임의진 [시골편지] 팽나무와 바둑이 file 임의진 2017-12-16 111
410 임의진 [시골편지] 프란치스코와 새 file 임의진 2017-12-05 54
409 임의진 [시골편지] 맨발의 톨스토이 file 임의진 2017-12-05 63
408 임의진 [시골편지] 말귀가 통하는 사람 file 임의진 2017-12-01 64
407 임의진 [시골편지] 지옥에서 벗어날 자유 file 임의진 2017-12-01 42
406 임의진 [시골편지] 쉽지 않은 이별 file 임의진 2017-11-30 36
405 임의진 [시골편지] 금토일 file 임의진 2017-11-29 47
404 임의진 [시골편지] 은하철도의 밤 file 임의진 2017-11-16 35
403 임의진 [시골편지] 옥의 슬픔 file 임의진 2017-11-16 72
402 임의진 [시골편지] 야생의 인간 file 임의진 2017-11-16 29
401 임의진 [시골편지] 동백꽃 절개 file 임의진 2017-11-16 59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