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풀소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6 추천 수 0 2021.10.21 22:15:55
.........

[시골편지] 풀소유


“그토록 믿어 온 사랑, 내 마음에 믿어 온 사랑. 지금은 모두 어리석음에 이제 너를 떠나간다네. 밤하늘에 찾아오는 별들의 사랑 이야기 들려줄 거야. 세월이 흘러서 가면 내 사랑 찾아오겠지. 모두 다 잊고 떠나가야지.” 신중현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당 풀을 뽑고는 했는데, ‘내 사랑 찾아오겠지’만은 풀은 다시 오지 마라 정말 빌면서. 여름은 풀이 불을 지른다. 마당 풀이 숲처럼 우거지고 밭은 씨앗감자라도 심으면 도대체가 잎도 안 보여. 풀더미 속을 헤치면서 살고지고. 늦가을이면 숲이 차분해지고 고요하여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숲은 나뭇잎을 떨구고 골짜기 안개는 무겁게 내려앉는다. 강은 반짝임 없이 흐르고 숲은 더 이상 우거지지 않아라.” 헤세도 ‘1914년 십일월’이라는 시에서 나처럼 안도하였구나 싶다. 서리 맞고 노랗게 사그라지는 풀들. 참말 ‘풀 죽었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충청도 사람들은 사람이나 뭐나 죽으면 매우 간단하게 한마디. “갔슈~.” 진짜 마당의 그 많던 풀도 갔슈~.
무소유가 아니라 풀소유하고 살았구나. 풀을 소유하여 괴로워했다. 그래도 풀이 무성한 게 총알 빗발치는 나라보단 낫겠지. 미국 사람들은 죽어라고 잔디 풀은 베더라만 집집마다 무서운 총들을 장만하고 총알을 센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첨에 한국에 오면 엄청 두려워하는 이유가 총 때문이라던가. 아이들이 부모에게 전화하면서 하는 말. “엄마! 옷 좀 살라는데 총알이 떨어졌어.”
풀도 총알도 없는 내 나라의 늦가을, 무소유의 대자연. 살지고 미끈한 송사리들이 헤엄을 치는 개울엔 물총새가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한다. 하얀 취꽃이 피던 언덕은 헛배만 부르다 꺼지는 상상임신처럼 부풀다가 낮아지고를 반복한다. 눈이 내리면 아이들이 저 언덕에서 눈썰매를 구르리라. 또 건너편 공원묘지를 찾은 이들은 이를 지긋 깨물고서, 가난했으나 선했던 어른들을 그리워할 것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2020.11.1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0 임의진 [시골편지] 여신의 십계명 임의진 2021-11-19 16
679 임의진 [시골편지] 무담시 임의진 2021-11-18 18
678 임의진 [시골편지] 절울소리 임의진 2021-11-17 18
677 임의진 [시골편지] 아브라카다브라 임의진 2021-11-16 22
676 임의진 [시골편지] 콧구멍 킁킁 임의진 2021-11-15 24
675 임의진 [시골편지] 숨돌리기 임의진 2021-11-14 20
674 임의진 [시골편지] 직업소개소 임의진 2021-11-13 20
673 임의진 [시골편지] 케 세라 세라 임의진 2021-11-12 31
672 임의진 [시골편지] 애갱이 왕자와 갱아지 임의진 2021-11-11 26
671 임의진 [시골편지] 애비 로드 임의진 2021-11-10 22
670 임의진 [시골편지] 5인조 임의진 2021-11-08 21
669 임의진 [시골편지] 미나리밭 임의진 2021-11-07 24
668 임의진 [시골편지] 시집 코너 임의진 2021-11-06 18
667 임의진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임의진 2021-11-05 23
666 임의진 [시골편지] 알통 임의진 2021-11-04 39
665 임의진 [시골편지] 실수맨 임의진 2021-11-03 25
664 임의진 [시골편지] 심야식당 임의진 2021-11-02 23
663 임의진 [시골편지] 건강 백세 임의진 2021-11-01 32
662 임의진 [시골편지] 호구 임의진 2021-10-31 24
661 임의진 [시골편지] 담배 묵는 할매 임의진 2021-10-30 26
660 임의진 [시골편지] 제발 임의진 2021-10-29 41
659 임의진 [시골편지] 어흥! 임의진 2021-10-28 24
658 임의진 [시골편지] 산채 비빔밥 임의진 2021-10-27 30
657 임의진 [시골편지] 주식 밥상 임의진 2021-10-26 17
656 임의진 [시골편지] 동생들 임의진 2021-10-25 22
655 임의진 [시골편지] 구세군 임의진 2021-10-24 27
654 임의진 [시골편지] 자영업자 [1] 임의진 2021-10-23 27
653 임의진 [시골편지] 김장 찬송 임의진 2021-10-22 28
» 임의진 [시골편지] 풀소유 임의진 2021-10-21 26
651 임의진 [시골편지] 갈바람 방패연 임의진 2021-10-20 15
650 임의진 [시골편지] 고독한 철학자 임의진 2021-10-19 14
649 임의진 [시골편지] 물김치의 별 임의진 2021-10-18 16
648 임의진 [시골편지] 링가링가링 임의진 2021-10-17 15
647 임의진 [시골편지] 트로트 열풍 임의진 2021-10-16 27
646 임의진 [시골편지] 많이 화나씨 임의진 2021-10-15 2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