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담배 묵는 할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6 추천 수 0 2021.10.30 21:20:14
.........

[시골편지]담배 묵는 할매


동네에 담배를 태우는 분들은 멸종 위기의 불을 뿜는 용가리. 굴뚝 연기에 담배 연기도 섞여서 솔솔. 쿠바에 가보면 담배를 문 혁명가들이 벽보를 가득 채우고 있더라. 한번은 아바나 호텔에서 잠깐 봤는데, 텔레비전에 등장한 군복 입은 피델 카스트로가 담배를 태우면서 일장 연설. 금연 시대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담배에 얽힌 농담을 하나 들려주지. 인생이 괴로운 한 사나이가 있었지. 담배 연기를 위로 뿜으면서 “허어. 하늘도 무심하시지. 너무하네 너무해” 푸념. 그러다 담배 연기를 아래로 뿜으며 “귀신은 뭘 하나. 저런 놈들 아직도 안 데려가고”. 담배를 들이마시더니 “에구. 차라리 내가 죽을란다”. 그러다가 담배를 앞으로 훅~ 뿜더니 “아니야. 너 죽고 나 죽자잉”. 상하좌우, 담배로 긋는 성호도 아니고 말이지.
이 동네 저 동네 산촌 답사를 하다보면 동구 밖에서 담배 태우는 할매를 만나고는 한다. 팔순 구순 되시는데도 아랑곳없는 애연가. 살근거리는 담배와 성냥이 몸뻬 안쪽 고물에서 나온다. “와 그랴. 담배 묵는 거 첨 봉가?” 미리 짱당그리며 말문을 막아 세운다. “아뇨. 얼굴이 고우셔가꼬요. 담배나 한 갑 사드릴까요?” “돈이 그라고 많소?” 이렇게 시작되는 만담 쇼도 즐겁다. 추운 날 담배라도 태워 몸을 덥히면 여쪽 말로 저시살이(겨울을 밭에서 죽지 않고 넘겨 이른 봄날 먹을 수 있는 배추 따위)가 되려나. 개울이 얼고 귀때기가 얼고 다음은 콧물이 얼어붙을 차례. 갯가에서 꼬막을 파던 할매가 앉아 피우던 담배 향을 기억한다. 꽃상여 곁에 담배를 문 아들이 꼬막만큼 굵은 눈물을 쏟던 모습도 생생해. 갑자기 옛 생각에 찡해진다.
임의진 목사·시인
2021.01.2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5 임의진 [시골편지] 부산 갈매기 file 임의진 2020-04-06 31
574 임의진 [시골편지] 가면 올빼미 file [1] 임의진 2020-04-05 55
573 임의진 [시골편지] 망명객 file 임의진 2020-04-04 31
572 임의진 [시골편지] 노루 궁뎅이 file [1] 임의진 2020-04-03 56
571 임의진 [시골편지] 중국 영화 file [1] 임의진 2020-04-01 40
570 임의진 [시골편지] 전화 소동 file [1] 임의진 2020-03-31 43
569 임의진 [시골편지]성냥불 file 임의진 2020-03-30 31
568 임의진 [시골편지] 북한 여행 회화 file 임의진 2020-03-29 48
567 임의진 [시골편지] 개그맨 file 임의진 2020-03-28 47
566 임의진 [시골편지] 실업자 file [1] 임의진 2020-03-25 36
565 임의진 [시골편지] 마음의 크기 file 임의진 2020-03-24 54
564 임의진 [시골편지] 흉가 file 임의진 2020-03-22 22
563 임의진 [시골편지] 교회 없는 마을 file 임의진 2020-03-20 61
562 임의진 [시골편지] 전기장판 file [1] 임의진 2020-03-19 54
561 임의진 [시골편지] 짜라빠빠 file 임의진 2020-03-18 31
560 임의진 [시골편지] 세 가지 자랑 file [1] 임의진 2020-03-17 37
559 임의진 [시골편지] 공기청정기 file [1] 임의진 2020-03-16 41
558 임의진 [시골편지] 그리운 사람의 별명 file 임의진 2020-03-14 39
557 임의진 [시골편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file 임의진 2020-03-13 26
556 임의진 [시골편지] 오십대 file [1] 임의진 2020-03-12 73
555 임의진 [시골편지] 근사한 유리창 file [1] 임의진 2020-03-11 40
554 임의진 [시골편지] 수고한 이들에게 file [1] 임의진 2020-03-10 58
553 임의진 [시골편지] 북극여우와 여관 file [1] 임의진 2020-03-09 53
552 임의진 [시골편지] ‘보해미안’ 랩소디 file [1] 임의진 2020-03-07 38
551 임의진 [시골편지] 겨울 염소 file [1] 임의진 2020-03-06 52
550 임의진 [시골편지] 연탄난로 file [1] 임의진 2020-03-05 59
549 임의진 [시골편지] 사람 자랑 file [1] 임의진 2020-03-04 43
548 임의진 [시골편지] 달새와 비새 file [1] 임의진 2020-03-03 27
547 임의진 [시골편지] 인디언 기우제와 첫눈 file 임의진 2020-03-02 40
546 임의진 [시골편지]샤바 샤바 아이샤바 file 임의진 2020-03-01 55
545 임의진 [시골편지] 앞으로의 삶 file 임의진 2019-08-31 98
544 임의진 [시골편지] 점순이 file 임의진 2019-08-26 56
543 임의진 [시골편지] 굴뚝연기 file 임의진 2019-08-24 97
542 임의진 [시골편지] 단감과 맨드라미 file 임의진 2019-08-23 58
541 임의진 [시골편지] 된장국 file 임의진 2019-08-21 83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