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탕수육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0 추천 수 0 2024.01.21 21:46:02
.........

Cap 2024-01-21 21-44-32-481.jpg

[임의진의 시골편지] 탕수육

 

배우 탕웨이를 좋아하듯 중국요리도 좋아하고, 탕수육을 엄청 좋아해. 엄밀히 말하면 강아지들과도 나눠 먹는 별식. 면소재지에 중국요릿집이 있는데 요샌 오토바이로 배달도 해줘. 탕수육 작은 ‘소자’로 한 그릇 시켰다. 전기 검침원에 대곤 엄청나게 짖어대는 녀석들이 배달 아저씨에겐 꼬리를 찰지게 흔든다. 얻어먹을 게 있음을 아는 게야. 애들도 먹이려면 부먹이 아니라 찍먹.

서울 종로 인사동에서 지난 일주일 전시 감독을 하고 내려왔다. 북적대던 인파에 치이고, 인터뷰를 비롯해 머리를 쥐어짜면서 지냈다. 그러느라 개들만 집을 지키고, 물론 새들이 이따금 내려앉아 심심풀이로 말을 걸기도 했겠지.

해방되고 시인 박인환은 인사동 낙원상가 근처에 ‘마리서사’란 책방을 개업했다지. 그곳엔 시인 오장환이 단골, 김수영 시인도 출입했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했겠지. 나도 내가 머무는 어디든 마리서사와 같은 사랑방이라고 마음먹었다. 하루는 한 아이가 영화 <레옹>에서처럼 내게 물었어. “사는 게 늘 이렇게 힘든가요? 아니면 어릴 때만 그래요?” 마틸다가 묻자 레옹이 답했던 것처럼, “아니, 언제나 힘들지, 인생은”.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는 명언을 남기신 하루살이 말이 끄덕여지는 세상이다만. 그대 내 말벗이 되고 의지처가 되어준다면 힘이 절로 솟을 듯해. 낙원동, 인사동 종로 바닥을 쏘다니며 옛사람들을 떠올려봤어. 마리서사로 탕수육을 배달하듯, 당신이 머무는 곳에 음식을 펼치고 ‘위인들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를 차근차근 얘기하고파.

우리는 떠들고 얘기하면서, 탕수육을 나누며 정을 키우지. 그러곤 짱짱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들불처럼 일어서지. 탕수육을 두 자로 줄이면 탕슉, 슈욱~하니 재빠르게 달려들 나가자. 사랑하는 사람들 평화롭게 지내는 세상, 온 가족이 둘러앉아 탕수육 대자를 나누는 세상.

임의진 시인2023.10.1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0 임의진 [시골편지] 이러기야 file 임의진 2024-02-10 38
819 임의진 [시골편지] 우웨이 file 임의진 2024-02-09 31
818 임의진 [시골편지] 까치발 아이 file 임의진 2024-02-08 27
817 임의진 [시골편지] 프린스와 오토바이 file 임의진 2024-02-06 29
816 임의진 [시골편지] 발음과 바름 file 임의진 2024-02-05 25
815 임의진 [시골편지] 노루와 도루 file 임의진 2024-02-04 25
814 임의진 [시골편지] 바람 냄새 file 임의진 2024-02-03 38
813 임의진 [시골편지] 징글벨 타령 file 임의진 2024-02-02 22
812 임의진 [시골편지] 버섯 수프 file 임의진 2024-02-01 28
811 임의진 [시골편지] 연하장 file 임의진 2024-01-31 20
810 임의진 [시골편지] 멋쟁이 겨울 신사 file 임의진 2024-01-30 13
809 임의진 [시골편지] 물소유와 돌킹이 file 임의진 2024-01-27 24
808 임의진 [시골편지] 샹송의 계절 file 임의진 2024-01-26 30
807 임의진 [시골편지] 순딩이 순두부 file [1] 임의진 2024-01-25 37
806 임의진 [시골편지] 쟁반달 file 임의진 2024-01-23 22
805 임의진 [시골편지] 구찌뽕 file 임의진 2024-01-22 30
» 임의진 [시골편지] 탕수육 file 임의진 2024-01-21 30
803 임의진 [시골편지] 은행나무 사랑 file 임의진 2024-01-20 35
802 임의진 [시골편지] 사왓디 file 임의진 2024-01-19 47
801 임의진 [시골편지] 낮고 낮은 집들 file 임의진 2024-01-16 22
800 임의진 [시골편지] 차라리 file 임의진 2024-01-14 46
799 임의진 [시골편지] 선량한 사람 file 임의진 2024-01-13 39
798 임의진 [시골편지] 두부 장수 file 임의진 2024-01-12 43
797 임의진 [시골편지] 빈센트 반지하 file 임의진 2024-01-11 46
796 임의진 [시골편지] 아주까리기름 file 임의진 2024-01-10 28
795 임의진 [시골편지] 꼿더우 file 임의진 2024-01-09 33
794 임의진 [시골편지] 다리 밑 file 임의진 2024-01-08 37
793 임의진 [시골편지] 당나귀 file 임의진 2024-01-06 46
792 임의진 [시골편지] 콩물 국수철 file 임의진 2024-01-05 86
791 임의진 [시골편지] 서울깍쟁이 file 김동호 목사 2024-01-04 39
790 임의진 [시골편지] 꼬신내 file 임의진 2024-01-03 38
789 임의진 [시골편지] 임자와 연락선 file 임의진 2024-01-02 20
788 임의진 [시골편지] 쉬엄쉬엄 file 임의진 2024-01-01 31
787 임의진 [시골편지] 툭툭 file 임의진 2023-12-31 34
786 임의진 [시골편지] 사원과 구루 file 임의진 2023-12-30 4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