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구찌뽕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0 추천 수 0 2024.01.22 22:24:51
.........

Cap 2024-01-22 22-22-58-240.jpg

[임의진의 시골편지] 구찌뽕

 

‘가을 기분’ 내보려고 마당에 몽골 텐트를 쳤다. 나보단 개와 고양이가 주로 드나든다만 쳐다보는 것만으로 이미 가을 냄새와 가을밤과 국화 향기로 충만해. 녹차 마시는 모임이 마침 내 산골 집 차례여서 벗들이 찾아왔어. 다회의 회주인 금강 스님을 비롯 원년 멤버들이 고작 나 포함 다섯인데, 다들 모이기란 하늘의 별 따기. 이번에도 누구 한 사람 빠졌다. 나도 가끔 빠지곤 하는데 ‘뒷담화’가 장난이 아니어서 최소 열흘은 귀가 간지러워. 손님들 흩어져 주무시고, 새벽에 텐트에 살짝 들어가 구절초 꽃향기를 가까이서 맡다가 눈을 감았다.

이번 다회엔 객이 구찌뽕으로 만든 차를 맛보기로 가져와 그야말로 초토화. 향이 진하고, 게다가 효능도 만병통치 수준이라 벌어진 턱을 괴어야 했다. 순하고 수수한 맛을 가까이하며 사는 우리로선 감당하기 센 맛이나 한 번쯤 일탈이야 뭐 어때.

뽕뽕뽕 연예인 마약사건 얘기들과 구찌와 같은 명품 구매용 해외 순방을 즐기는 누구들로 세상이 어지럽고 시끄러워라. 이런 구찌와 뽕의 세계에서 조물주가 낮고 천한 자들에게 선물한 이 조그만 열매 구찌뽕을 찬찬히 바라보며 음미해보는 날들이다.

마약 하면 ‘구약 신약 다음이 마약’이라서 구찌뽕에 가끔 빠져도 괜찮아. 붉은 열매는 씹어서 먹고, 다인이 차로 만든 열매는 뜨거운 물에 달여서 음미. 속으로 뜨겁고 붉어지는 거 같다.

“해도 잠든 밤하늘에 작은 별들이 소근대는 너와 나를 흉보는가봐. 설레이며 말못하는 나의 마음을 용기없는 못난이라 놀리는가봐. 미소짓는 그 입술이 하도 예뻐서 입맞추고 싶지마는 자신이 없어….” 딕 훼밀리의 옛 노래를 수줍게 불러본다. 염치도 없이 드세고 뻔뻔한 세상에서 수줍은 못난이의 노래. 못난이 구찌뽕 열매 두어 알을 끓는 물에 쏙. 챙겨먹은 것도 없이 고작 찻물로 물배를 채운다. 많이들 먹어 대고, 많이들 쌓아두고, 많이들 떵떵거리는 세상에서 이도 과분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임의진 시인2023.10.2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0 임의진 [시골편지] 이러기야 file 임의진 2024-02-10 38
819 임의진 [시골편지] 우웨이 file 임의진 2024-02-09 31
818 임의진 [시골편지] 까치발 아이 file 임의진 2024-02-08 27
817 임의진 [시골편지] 프린스와 오토바이 file 임의진 2024-02-06 29
816 임의진 [시골편지] 발음과 바름 file 임의진 2024-02-05 25
815 임의진 [시골편지] 노루와 도루 file 임의진 2024-02-04 25
814 임의진 [시골편지] 바람 냄새 file 임의진 2024-02-03 38
813 임의진 [시골편지] 징글벨 타령 file 임의진 2024-02-02 22
812 임의진 [시골편지] 버섯 수프 file 임의진 2024-02-01 28
811 임의진 [시골편지] 연하장 file 임의진 2024-01-31 20
810 임의진 [시골편지] 멋쟁이 겨울 신사 file 임의진 2024-01-30 13
809 임의진 [시골편지] 물소유와 돌킹이 file 임의진 2024-01-27 24
808 임의진 [시골편지] 샹송의 계절 file 임의진 2024-01-26 30
807 임의진 [시골편지] 순딩이 순두부 file [1] 임의진 2024-01-25 37
806 임의진 [시골편지] 쟁반달 file 임의진 2024-01-23 22
» 임의진 [시골편지] 구찌뽕 file 임의진 2024-01-22 30
804 임의진 [시골편지] 탕수육 file 임의진 2024-01-21 30
803 임의진 [시골편지] 은행나무 사랑 file 임의진 2024-01-20 35
802 임의진 [시골편지] 사왓디 file 임의진 2024-01-19 47
801 임의진 [시골편지] 낮고 낮은 집들 file 임의진 2024-01-16 22
800 임의진 [시골편지] 차라리 file 임의진 2024-01-14 46
799 임의진 [시골편지] 선량한 사람 file 임의진 2024-01-13 39
798 임의진 [시골편지] 두부 장수 file 임의진 2024-01-12 43
797 임의진 [시골편지] 빈센트 반지하 file 임의진 2024-01-11 46
796 임의진 [시골편지] 아주까리기름 file 임의진 2024-01-10 28
795 임의진 [시골편지] 꼿더우 file 임의진 2024-01-09 33
794 임의진 [시골편지] 다리 밑 file 임의진 2024-01-08 37
793 임의진 [시골편지] 당나귀 file 임의진 2024-01-06 46
792 임의진 [시골편지] 콩물 국수철 file 임의진 2024-01-05 86
791 임의진 [시골편지] 서울깍쟁이 file 김동호 목사 2024-01-04 39
790 임의진 [시골편지] 꼬신내 file 임의진 2024-01-03 38
789 임의진 [시골편지] 임자와 연락선 file 임의진 2024-01-02 20
788 임의진 [시골편지] 쉬엄쉬엄 file 임의진 2024-01-01 31
787 임의진 [시골편지] 툭툭 file 임의진 2023-12-31 34
786 임의진 [시골편지] 사원과 구루 file 임의진 2023-12-30 4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