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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물소유와 돌킹이
영하 날씨 첫눈도 오시고, 첫눈 오면 보자던 사람도 만났어. 또 병상에 누운 어른들 생각나 영양제라도 맞으시라 용돈을 조금 부쳤다. 감사를 알고, 사람 노릇을 하면 마음이 천국이야. 은혜를 원수로 갚는 세상이다만 우리까지 그리 살진 맙시다잉. 마음조차 헌걸차서 낮에 물병 하나 들고 뒷산을 올랐어. 약수터가 없는 산이다 보니 물을 꼭 챙겨가야 해. 이른바 ‘물소유’.
돌아가신 법정 큰스님을 존경한다만 무소유는 내게 택도 없는 깃발이고, 스님도 지독한 물욕 사회에 뿔이 나서 나무라신 말씀이려니. 높고 외딴 산에 오를 때 무소유로 갔다간 까딱했다가 뒈지는 수가 있다. 중턱에서 물을 쭉 마시고, 땀을 좀 식히고서 촐래촐래 내려왔다. 빨리 날이 저물고 한기가 느껴져 꽁꽁 싸두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 거실에 놓았더니 마음조차 따수워져. 앞으로 한 달은 캐럴도 찾아 듣고, 옆구리 추운 당신에게 더 자주 편지를 써야지 다짐했다.
제주 방언에 ‘돌킹이’라고 있다. 바위틈에 사는 ‘부채게’를 그리 부른다는데, 하도 야무지고 독립성이 강해 그런 사람까지 돌킹이라 한대. 제주 친구 말을 들어보니 학교 다닐 때 반마다 ‘돌킹이’ 별명을 가진 녀석이 꼭 한 명쯤 있었대. 생김새도 스포츠머리에 매사 람보처럼 저돌적이고 엉뚱한 힘자랑. 나폴레옹 농담처럼 산꼭대기까지 군대를 끌고 올라갔다가 “헉~ 이 산이 아닌가벼~” 하면서 후퇴해도 그닥 밉지가 않아.
거지가 모자를 두 개 놓고 앉아 있으니 적선을 하던 행인이 물어보길 “한 분은 화장실을 가셨나요?” “아니요. 요 모자는 1호점이고, 요 모자는 2호점입니다. 체인점 낸 거예요. 여기도 넣어주시면 감사~”
돌킹이는 굴하지 않아, 좌절하지 않아. 가보는 것이다. 일단 해보는 것이다. 물 한 병 들고 올라가보는 것이다. 물을 챙기지 않은 친구에겐 한 모금 나누기도 하면서 말이야.
임의진 시인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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