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우웨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1 추천 수 0 2024.02.09 21:48:31
.........

Cap 2024-02-09 21-47-04-720.jpg

[임의진의 시골편지] 우웨이

 

가끔 인간도 곰처럼 겨울잠을 잔다면 참 좋겠단 생각을 해봐. 동면하고 깨어나 삼일절 만세를 부르면서 싸돌아다니고파. 겨울에 달리지 않던 말이 봄에 푸른 들판을 내달리듯. 무위도식을 나쁜 뜻으로만 여기는데, 너무 조이고 바지런한 인생을 상찬하는 세태 때문이다. ‘일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고먹는 일’은 사실 인생 모두가 바라는 바 아니런가.

중국 사람들이 ‘우웨이’라 말하는, ‘무위’의 인생 철학은 다들 알고 계실 터. 특별히 겨울 시즌에 눈보라 눈길을 피해 바깥 출타를 줄이고, ‘잘 먹고 잘살기 경쟁대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얼마간 문 닫고, ‘우웨이한 삶’을 살아보려 노력한다면 당신도 세속 사회에서 도사 도인쯤 될 수 있겠다. 얼치기, 돌팔이 도사면 또 어때. 커튼을 쫙 펼치면서 권력과 친분을 과시하는 어마무시한 도사가 현존하는 마당인데, 조무래기 도인 도사쯤이야 많아도 상관없겠다.

우웨이도 뭔가 하긴 하는 것인데, 실제로 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니 모순되면서 동시에 묵직한 가르침을 안긴다. 우웨이, 그러니까 무위를 배우려고 팔도강산 명망 있는 스승을 찾아다니다가 실망들 하고, 무위 철학으로 석박사 논문을 쓰려다가 탈모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앓는 범부도 간혹 봤다. 호텔 방에 들어가 실내용 가운 하나 걸치면 충분한 휴가. 우웨이의 도, 깨달음은 매우 가까이 있다.

보그 편집장 알렉산드라 슐먼이 쓴 <옷의 말들>이란 책에서 호텔의 실내용 가운은 ‘인생의 환승 라운지’.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기 전에,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목욕을 마치고 나와 옷을 입기 전에 걸치는 옷.’ 나도 실내용 가운을 걸치고서 우웨이한 아침을 맞이한다. ‘오늘 입을 옷’을 골라 입지 않아도 되는 프리랜서의 여유랄까. 물론 뒤따른 쓴맛도 있는데, 남들 고기 사 먹는 월급날 ‘방콕 말고 방콕하면서’ 손가락을 빠는 신세란 것. 하여도 여간해선 굶어 죽진 않는 게 적당히 분수에 맞춰 사는 묘안이 또 생긴다. 하늘의 음덕으로 공중의 새들도 끼니를 얻고, 들꽃도 제때 핀다고 했다.

임의진 시인2024.01.3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0 임의진 [시골편지] 이러기야 file 임의진 2024-02-10 38
» 임의진 [시골편지] 우웨이 file 임의진 2024-02-09 31
818 임의진 [시골편지] 까치발 아이 file 임의진 2024-02-08 27
817 임의진 [시골편지] 프린스와 오토바이 file 임의진 2024-02-06 29
816 임의진 [시골편지] 발음과 바름 file 임의진 2024-02-05 25
815 임의진 [시골편지] 노루와 도루 file 임의진 2024-02-04 25
814 임의진 [시골편지] 바람 냄새 file 임의진 2024-02-03 38
813 임의진 [시골편지] 징글벨 타령 file 임의진 2024-02-02 22
812 임의진 [시골편지] 버섯 수프 file 임의진 2024-02-01 28
811 임의진 [시골편지] 연하장 file 임의진 2024-01-31 20
810 임의진 [시골편지] 멋쟁이 겨울 신사 file 임의진 2024-01-30 13
809 임의진 [시골편지] 물소유와 돌킹이 file 임의진 2024-01-27 24
808 임의진 [시골편지] 샹송의 계절 file 임의진 2024-01-26 30
807 임의진 [시골편지] 순딩이 순두부 file [1] 임의진 2024-01-25 37
806 임의진 [시골편지] 쟁반달 file 임의진 2024-01-23 22
805 임의진 [시골편지] 구찌뽕 file 임의진 2024-01-22 30
804 임의진 [시골편지] 탕수육 file 임의진 2024-01-21 30
803 임의진 [시골편지] 은행나무 사랑 file 임의진 2024-01-20 35
802 임의진 [시골편지] 사왓디 file 임의진 2024-01-19 47
801 임의진 [시골편지] 낮고 낮은 집들 file 임의진 2024-01-16 22
800 임의진 [시골편지] 차라리 file 임의진 2024-01-14 46
799 임의진 [시골편지] 선량한 사람 file 임의진 2024-01-13 39
798 임의진 [시골편지] 두부 장수 file 임의진 2024-01-12 43
797 임의진 [시골편지] 빈센트 반지하 file 임의진 2024-01-11 46
796 임의진 [시골편지] 아주까리기름 file 임의진 2024-01-10 28
795 임의진 [시골편지] 꼿더우 file 임의진 2024-01-09 33
794 임의진 [시골편지] 다리 밑 file 임의진 2024-01-08 37
793 임의진 [시골편지] 당나귀 file 임의진 2024-01-06 46
792 임의진 [시골편지] 콩물 국수철 file 임의진 2024-01-05 86
791 임의진 [시골편지] 서울깍쟁이 file 김동호 목사 2024-01-04 39
790 임의진 [시골편지] 꼬신내 file 임의진 2024-01-03 38
789 임의진 [시골편지] 임자와 연락선 file 임의진 2024-01-02 20
788 임의진 [시골편지] 쉬엄쉬엄 file 임의진 2024-01-01 31
787 임의진 [시골편지] 툭툭 file 임의진 2023-12-31 34
786 임의진 [시골편지] 사원과 구루 file 임의진 2023-12-30 4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