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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팔푼이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492 추천 수 0 2009.08.06 22: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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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도열병, 이삭누룩병, 검은줄 오갈병 등등 논바닥은 해마다 전쟁터. 대밭냇집 능주양반은 결국 농약 중독에 만성관절염, 고혈압, 시퍼런 노여움으로 울화병까지 겹쳐 손발을 달달 떨며 지내신다.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인즉슨 찐하디 찐한 시국선언. 테레비 막장 드라마는 시종일관 돈이 썩어 남아돌아가는 부잣집 얘기, 아니면 구중궁궐 제왕들의 암투나 연애기담, 모지리같이 졸린 눈으로 훔쳐보다 뼈시린 잠을 주무시고 나오면 녹슬고 휑한 함석집은 왜 그렇게 누추해 보이는지.

삼지리 딸기밭에서 한철 나고 콩밭 탐나 이사를 온 참새네 부부는 중창, 못자리에서 왕왕거리는 참개구리 맹꽁이는 합창, 갓방에 틀어놓은 안숙선 춘향가나 브람스 교향곡 4번까지 시국선언으로 들리는 때다. 가물던 봉천답에 용공(?)스럽게도 저수지 물길이 고루 분배되고 있구나. 내 밭 아래께까지 물길이 닿아 개망초가 여느 밭둑처럼 화사하게 피었어라. 시퍼러히 날선 조선낫을 들고 밭둑 풀들을 벤다. 보리불 태우는 냄새 진한 들길, 팔푼이나 되는 듯 누구 원망 않고 살던 아랫집 형수가 날 붙들고 뜬금없는 신세 한탄이다. 가을학기 둘째아이 학비 걱정에 그렁그렁 눈물방울. 4대강 정비사업 영산강 강변마다 벌써 공구리 시멘트 부어지고 있다는데, 평생 노가다로 굴러온 형님은 일자리 하나 못 구했단다. 그 바닥은 결국 업체들과 끼고 노는 주먹패들의 돈 잔치. 이 세상은 너와 나 두 사람 사는 곳이라던 궁산리 젊은 원앙도 빚더미에 갈라섰다는 소리 소문까지…. 반가운 소식은 그저 꽃피는 소식뿐이런가.

<임의진 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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