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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시인과 농부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531 추천 수 0 2009.08.06 22: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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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쟁마을에 갔다가 친구네 집에 들러 브로콜리 한바구니 얻어왔다. 벌레가 꼬인다고 모기장 속에 길러졌던 브로콜리. 진딧물, 배추좀나방에 달팽이도 한숟갈 먼저 먹고, 사람은 맨 나중에 맛을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공해 브로콜리, 잡숴나 봤나, 요런 맛있는 브로콜리.

삶아서 양념장에 찍어 먹고 배가 불러 바로 일어나지 못해 따뜻한 차까지 얻어 마셨다. 교통사고로 발목이 댕강 잘린 친구는 석조여래좌상처럼 주로 앉아서 지내는데, 그의 집마당은 희롱도 아니고 나비가 어찌나 그리 찾아들 오시는지. 허청거리는 나머지 한쪽 다릴 일으켜 나와 한소쿠리 빛을 뿌리듯 미소 만발. “나비들아! 우리 집이 머가 좋으냐이. 들에 가믄 개망초가 흐드러져 부렀는디….”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한 편 시로다. 나는 그런 거 애당초 싫었는데, 그 친구는 신춘문예에 나오려고 칼을 갈며 산다. 이미 시인이면서 웬 놈의 자격증이 필요하냐는 내 말에 반응은 시큰둥. 잠깐 소나기가 내려 그의 아내가 우산을 쓰고 동구 밖까지 배웅을 해줬다. 무슨 말을 하다가 텔레비 드라마 <전원일기> 속 배우들은 가난한 농부들에겐 날벼락 같은 정치인들로 나타났는데, 전원일기를 보고 자란 그이는 착한 농부에 시인이 되었다고….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친구네가 몸으로 쓰는 귀농일기, 전원일기는 세상을 일으켜 세우는 따뜻하고 고운 우리들의 잃어버린 한 쪽 발이길 나도 바랐다.

<임의진|시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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