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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봄방학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282 추천 수 0 2011.06.06 12: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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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겨울방학 말고 봄방학도 있다. 아이들이 대학까지 마치고 방학도 뭣도 없게 된 집이라면 모르지만서두 애들이 요만조만한 집에선 봄방학이 연중 행사다. 엄마 아빠 무릎에 당겨앉아 손톱 발톱 깨끗하게 자르고, 예쁜 이모가 사탕이랑 코코아도 타주는 미장원에서 깔끔하게 이발도 하고, 새 학년 올라가는 선물이라며 삼촌은 운동화를, 고모는 책가방을 사주시기도. 훔쳐갈 누구도 없는데 운동화와 책가방을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은 채 아이가 새근새근 잠이 든 밤엔 쥐라도 기웃거릴까봐 부엉이가 창문을 지켰다.

 

북쪽 산간지방엔 백년 만의 폭설로 고생들이 많더군. 남녘은 자드락길 돌아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어린 싹들을 냠냠이 틔우고 있는 중이다. 이제 막 솟기 시작한 막내동생 이빨처럼 생긴 새싹들을 보려무나. “싸악 싹 닦는다. 웃니, 아랫니. 싸악 싹 닦는다. 앞니, 어금니. 이 잘 닦는 아이는 하얀 이, 이쁜 이. 웃을 때 빤짝빤짝 보기 좋아요.” 이원수 선생님의 동시. 눈이 녹고 봄비가 내리면 싹들도 이를 닦아 청명하고 향기로운 봄 날씨, 오! 희고 맑게 웃어 보이리라.

안개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일터로 갔다가 땅거미 져서야 돌아오는 엄마 아빠는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서 그리 산다. 낡고 금간 블록집, 대물림한 가난을 끊고 싶어도 수백리 피난길 어찌할 도리가 없는 한세상. 방바닥에 누워 공책에 글씨를 쓰는 아이를 볼 때 엄마 아빠는 그걸로 위안을 삼고 어깻죽지 쑤시는 통증조차 거짓말처럼 괜찮아. 돼지우리 똥오줌을 치우면서도 너희들만큼은 기필코 가르치겠노라 엄마 아빠는 이를 지끈 물었다. 건강하게 뛰놀고 책도 열심히 읽는 우리 아이, 사랑하는 동무들과 고마운 선생님이 기다리는 학교. 짧은 봄방학이 아쉽지 않은 아이들이야말로 봄날의 주인공이렷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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